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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이후 변화상

‘낭만열차’, ‘통근열차’의 대명사 경춘선이 지난해 12월21일 복선 전철로 다시 태어났다.서울을 출발, 경기도 동·북부권을 통과해 강원도 춘천까지 가는 경춘선 철도가 복선 전철화 되면서 역 주변 휴양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생활패턴 마저 크게 바꿔 놨다.7080세대에서부터 낭만열차로 자리 잡았던 경춘선 열차여행은 경춘선이 복선 전철로 탈바꿈 하면서 디지털과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친숙함과 편의성이 더해진 ‘낭만이 있는 열차여행’으로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또한 남양주시 등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통여건으로 불편을 겪어왔던 지역주민들에게는 일상의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옛 추억을 떠올리는 7080세대와 젊은이들에게는 친숙함이 더해진 낭만을 선사하고, 주민들에게는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경춘선. 본보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복선 전철로 재탄생한 경춘선의 변화상을 전달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가져봤다. <편집자 주>

 

 

“무궁화호 열차가 다닐 때 보다 가평을 찾는 사람들이 10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가평역 광장에 있는 가평군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가평군 관광해설 자원봉사자 김태수(65)씨의 경춘선 복선전철에 대한 표현이다.

김태수 씨의 이 표현이야 말로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과거 무궁화호 운행 시절에 비해 승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가장 잘 나타내준다.

매 주말마다 김 씨가 근무하는 가평역 광장의 관광안내소는 가평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춘선의 복선전철 개통 후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6만5천126명에 달했다.

이는 무궁화호 열차 운행당시의 하루 평균 이용객인 1만1천326명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수치로만 봐도 김태수 씨의 표현이 크게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춘선의 복선전철 개통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은 가평군의 가평역뿐만이 아니다.

조선시대 제26대 임금인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부부, 제27대 순종황제 부부가 잠든 홍유릉이 위치한 남양주시의 금곡역과 우리나라 대표 MT장소인 대성리의 대성리역, 호명산과 호명호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청평의 청평역 등.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 것이 바로 경춘선 복선전철의 개통인 것이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손님들에게 편안한 여행길을 제공했다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획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교통편의를 가져다 주었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 전 가평과 남양주시에 사는 주민들이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 경춘국도로 불리는 46번국도를 이용하는 방법 외에는 딱히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다.

길이 하나 밖에 없다보니 출·퇴근시간은 물론 평상시에도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고, 아침과 저녁에만 한정적으로 운행했던 통근열차 역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처럼 교통 불편에 시달렸던 주민들에게 경춘선 복선전철의 개통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는 남양주시 진건면의 주민들은 복선전철의 개통 전, 버스 외에는 이렇다 할 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교통체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만 정차하는 사릉역의 무궁화호 열차는 하루 평균 100명도 이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선전철이 개통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하루에 100명도 채 이용하지 않아 무인역으로 운영되던 남양주시 전건읍 사릉역의 이용객 수가 무려 48.5배가 증가한 것이다.

사릉역 인근에는 찾아올 만한 관광지도 없지만 이용객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출·퇴근 및 통학을 위한 이용객이 증가한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출·퇴근과 통학을 위한 이용객이 증가한 역은 사릉역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도시화 되고 있는 남양주시 마석 일대와 평내에 있는 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토요일 이었던 지난 3일 낮 1시.

춘천행 경춘선 전철의 출발역인 서울시 중랑구의 상봉역의 플랫폼에는 온갖 종류의 복장을 갖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춘천행 열차 제일 뒷 객차 쪽에서 자전거 한 대씩을 세워놓고 대기 중인 10여명의 사람들.

이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경춘선 열차의 가장 뒷 객차에는 10여대의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특별히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경춘선을 개통하면서 자전거 여행객들을 고려해 모든 열차의 가장 앞·뒤 객차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자전거를 이용해 열차에 오른 3팀의 자전거 여행객들은 하나 같이 처음으로 경춘선을 이용하는 사람들 이었다.

이들 중 가장 먼 거리인 부천시에서 온 김영종(45)씨와 일행 곽모씨의 자전거에는 텐트까지 실려 있었다.

김 씨는 “대성리역에서부터 강촌역까지 북한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개통됐다는 소식을 듣고 2박3일간의 캠핑을 즐기려고 경춘선을 이용하게 됐다”며 “부천에서 상봉역까지 몇 차례 전철을 갈아타면서 사람도 많고 좁은 지하철 안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 다른 승객들한테 미안하고 눈치도 보였지만 경춘선 열차에는 자전거 전용 객차가 있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즐거워했다.

김 씨는 경춘선을 이용해 대성리역 까지 가서 대성리에서 부터는 가평의 자라섬 캠핑장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사당동에서 한강을 건너 중랑천 자전거 길을 이용해 상봉역에 온 서진원(53)·박점순(50)씨 부부도 대성리에서 부터 강촌까지의 자전거 투어를 위해 경춘선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경춘선 열차 제일 뒤 객차, 끝 쪽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서정녀(73·서울 중화동) 할머니와 초등학생인 두 손녀는 남양주시 금곡동의 홍유릉으로 현장학습을 가기 위해 학교를 마치자마자 열차에 올랐다.

맞벌이를 하는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를 대신해 손녀들의 현장학습을 책임지고 있는 서정녀 할머니는 “아이들 둘을 대리고 버스로 유적지나 박물관을 가려면 주말에 특히 더 혼잡한 버스를 타는게 굉장히 힘들었었지만 이제는 속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서정녀 할머니가 즐거운 이유는 편안한 여행길이 생긴 것 뿐만이 아니다.

오고가는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서정녀 할머니의 기쁨을 더욱 키워 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교통수단은 노인이건 어린이건 요금을 내야 하지만 경춘선 복선전철은 수도권의 모든 전철 노선과 마찬가지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또한 초등학생의 이용요금도 버스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서정녀 할머니의 경우 과거 광역버스를 이용해 금곡의 홍유릉을 방문할 때는 본인과 두 손녀들을 합쳐 왕복 교통비가 1만1천원정도 들었다.

그러나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이후에는 두 손녀의 초등학생 요금 왕복요금만 지불하면 되므로 2천5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열차 안 어린이들의 손에 이끌린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띈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경춘선은 노인(무임) 및 어린이의 이용 비율이 다른 광역전철 노선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 했다.

경춘선은 전체 이용객 중 노인 무임승차자의 비율이 약 20%에 달해 약 15%를 차지하는 다른 광역전철 노선에 비해 5% 이상 많으며, 근소한 차이지만 어린이의 비율 역시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약 0.9% 많다.

이처럼 주말을 이용해 자전거로 북한강 변의 자전거 길을 달리려고 부천에서 온 김 씨 일행과 서 씨 부부, 두 손녀의 손을 잡고 역사 체험 학습을 떠난 서정녀 할머니 등.

이처럼 경춘선 복선전철의 개통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주말을 이용해 교외로 떠나려는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춘선은 평일보다 주말의 이용객이 훨씬 많은 특성이 있다.

천안·아산행의 경부선과 서울과 양평을 잇는 중앙선, 인천으로 향하는 경인선 등 수도권을 운행하는 다른 광역전철 노선은 주말에 비해 평일의 이용객이 월등히 많다.

지난 2010년 광역전철 전체의 주말 이용객의 비율은 평일에 비해 토요일이 88.9%, 일요일이 66.3%에 그치는 반면 경춘선은 복선전철 개통이후 주말 이용객의 비율이 평일보다 많은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실제로 경춘선은 평일 하루 평균 이용객수가 6만2천93명 이었던 것에 비해 토요일은 평일에 비해 23% 증가한 7만6천369명, 일요일은 11% 많은 6만9천36명으로 나타났다.

이날 상봉역에서 춘천행 전철에 몸을 실은 대다수의 승객들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이었다면 다음역인 망우역에서는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여럿 열차에 올랐다.

이들 중 남양주시 진건면에서 서울시 망우동의 송곡고등학교로 통학을 하는 김현(18) 군은 복선전철이 개통하기 전과 후를 ‘EBS교재 2페이지의 차이’로 표현했다.

김 군은 “복선전철 개통 전인 1학년 때는 165-3번과 202번 등,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만 45분 가까이 들여야 했지만 이제는 정해진 시간에 오는 전철을 한참 기다릴 필요도 없어 15분이면 족하다”며 “고등학생들에게 45분과 15분의 차이는 EBS교재 2페이지를 더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경춘선 복선전철의 개통은 강원도 춘천까지 향하는 경춘선 주변의 휴양지와 관광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만 편안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의 편안함 까지 가져다 준 것이다.

이처럼 여러 목적을 가지고 경춘선에 오른 사람들과 함께 춘천으로 향하는 경춘선 전철이 대성리역에 도착할 무렵 객차 안은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주말을 맞아 MT를 나온 대학생들이 대성리역에서 내리기 위해 온갖 짐꾸러미를 챙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생활을 했다면 꼭 한번을 들르게 되는 대한민국 대표 MT촌인 가평군의 대성리역 역시 경춘선 복선전철의 개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날 대성리로 MT를 온 무리들 중에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응원단 50여명의 학생들도 있었다.

올해 2학년인 이량훈(21)군은 1학년 때에 이어 2년 연속 응원단원들과 함께 대성리로 MT를 온 것이다.

이 군은 2010년인 1학년 MT때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대성리를 찾았었고, 2학년인 지금은 같은 대성리이지만 전철을 타고 왔다.

이 군은 경춘선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경험한 경춘선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군은 “작년에 대성리를 올 때는 덜컹이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왔지만 올해는 새롭게 바뀐 전철을 타고 오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과거 무궁화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빨라 이번 MT를 마친 뒤, 다시 대성리 MT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군의 말처럼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그 편안함과 신속성 때문인지 대성리역뿐만 아니라 청평역과 가평역, 강원도의 강촌역 등 MT촌이 몰려있는 곳은 이용객 수가 최소 2.8배에서 최대 6.1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그러나 이 군에게는 변화된 경춘선에게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낭만의 대명사인 경춘선 열차가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전철이랑 똑같아 지면서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레임을 느끼기 어려워 진 것이 아쉽다”며 “경춘선은 다른 전철 노선에 비해 타는 사람들의 이용 목적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만큼 이용객들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열차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경춘선을 이용해 여행하는 승객들을 하나, 둘 내려놓고 도착한 가평역은 KBS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 진 남이섬을 찾은 연인들과 일본인 관광객들로 다시 한 번 소란이 일었다.

가평역 광장에서는 가평군관광안내소의 김태수 가평군 관광해설사가 이들을 맞이한다.

김태수 씨는 가평군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정년퇴직한 뒤 고향을 위해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2년째 가평역 관광안내소를 지키고 있다.

김 씨는 “지난 어린이날에는 무려 1만5천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았다. 내가 가평에서 60년이 넘도록 살면서 이렇게 많은 바깥손님이 온 것은 처음 봤다”며 “이러한 현상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이와 어울릴수 있는 가평군의 관광정책 개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하기 전에는 칼봉산과 연인산 등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만 간혹 안내를 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외국인들까지 가평을 찾다 보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며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가평은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수 씨는 다시 한바탕 몰려드는 손님을 맞으러 다시 경춘선 가평역 대합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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