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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혁신교육 조명] <10> 학생-학부모가 바라보는 경기교육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 추진… 지역·학교별 편차 여전
주제토론· 문제풀이 방식 학생의견 수렴 교사와 갈등 줄어
매 맞는 일 없어졌지만 ‘눈 밑 꼬집기·꿀밤 체벌’ 사라져야

▲학교문화 개선에 대한 학생 체감도

“교사들의 체벌이 사라지고 학교생활규정도 개정하며 달라지긴 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경기교육의 변화에 있어 학생인권조례 적용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도내 H고등학교에서 만난 P(3학년) 군은 “인권조례 시행 후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이 없어지고 자유로운 학습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며 “야간자율학습 분위기도 차분해지고 교사들과의 갈등도 줄어들었다”고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S(3학년) 양은 “전보다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교사들도 강압적으로 교육하지 않고 수업 방식도 다양하게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문화 개선과 함께 수업 방식에 대한 변화도 느끼고 있었다. L(2학년) 양은 “문학 시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문제 풀이나 작품 설명 방식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Y(2학년) 군은 “얼마전에는 경제 수업과 관련해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도서관에서 립싱크금지법에 대한 자료를 찾고 토론하며 과제를 만들었는데 참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가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L 양은 “학생회 활동이 활성화돼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싶지만, 실제로 학급회의 할 시간조차 없어 유명무실한 경우가 있다”며 “형식적인 제도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학생들은 체벌대신 도입된 상·벌점제에서 상점보다 벌점에 치중된 불균형적 모습과 교과 중심의 동아리 확대에 따른 비교과 동아리의 지원 축소, 서술형 평가 비중이 높아진 반면 부분점수를 주지 않는 경우 등 교육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만 지원해도 될텐데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반면 또 다른 학생은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따로 지원받는 것 자체가 위축되고 차별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무상급식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학생들은 자유로운 학교문화와 교사와의 갈등 관계 등에 관심을 드러냈다. S중학교에 재학중인 L(2학년) 양은 “학생들은 나름의 문화가 있는데 교사들과 공감대를 이룰 정도는 아니다. 좋은 교사들은 수업도 재밌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은 은근히 체벌하는 것 같고 냉소적인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매로 맞는 일은 없어졌지만, 눈 밑을 꼬집거나 꿀밤을 주는 교사는 아직도 있다”고 L 양은 말했다. 짧은 치마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교복문화가 바뀌어서 긴 치마를 입으면 왕따당한다”며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업시간 동영상에 대해서는 “과거에 우리들이 교사에게 체벌당한 것에 비하면 큰 문제도 아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동영상 촬영하는 친구는 보지도 못했지만, 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라며 ‘교실붕괴’ 우려와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생활규정의 개정 과정에 참여하고 상시평가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만족도가 높았다.

S초교 L(6학년) 양은 “지난 4월쯤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하며 교사들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전체 학생들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며 “원하는 사항이 전부 반영된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합의점을 도출하고 학교에 건의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P(6학년) 양은 “학교에서 영어, 수학 과목에 대한 상시평가를 시행하며 정기고사를 보지 않아 시험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배운 것을 그때 그때 평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 시행에 대한 이유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기존에 선별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학생들은 전체 무상급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D초교 J(6학년) 양은 “예전에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줘 급식지원 대상이 됐지만, 친구들이 눈치챌까봐 걱정도 하고 담임선생님께도 미안하고 그랬었다”며 “그런데 이젠 반 아이들 모두가 무상급식을 하고 차이도 느낄 수 없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의 ‘행복한 동행’

도교육청의 학교혁신 사업 중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확대 및 연수 강화’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으로 들려온다.

도내 초·중·고교 학부모회장들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청의 정책설명회와 학교에서 시행하는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와의 소통문화가 형성되고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J(38·여) 학부모회장은 “예전에는 엄마들이 교육과 관련된 유언비어를 들어도 학교에 물어보지 못하고 답답해했는데 지금은 연수나 설명회에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학교나 교육청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수 있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엄마들이 전에는 학교에 대한 관심도 적고 어떻게 참여할지도 몰랐는데 교육청과 학교에서 불러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니까 자연스레 참여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교육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인권친화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교사,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에 대해서는 “일부 엄마들은 치마를 짧게 입는 딸에게 옷차림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속바지를 입게 교육한다. 결국 인권교육은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 1학년생 자녀를 둔 H(50·여) 학부모회장은 “지난달 초 고양에서 열린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을 다녀왔는데 북유럽 혁신교육과 같이 우리 교육도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경기혁신교육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 회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초·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인 만큼 눈칫밥 먹지 않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무상교육으로 확대돼야 하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조례 시행과 교권 추락 우려에 대해서는 “인권조례는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의 인권 존중도 포함하고 있다”며 “학생을 존중해야 교사도 존중받고, 교사를 존중해야 학생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회장들은 학교별, 지역별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제한되는 것에 문제 의식을 드러냈고, 교육여건 개선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초교 1학년생 자녀를 둔 L(44·여) 학부모회장은 “아이가 ‘작은 학교’(학생 100여명)에 다니고 있는데 교장이 학부모들의 참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학교 참여를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교장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며 “학부모 참여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L 회장은 “학교장별로 학교운영 방식이 관성화되는 경우가 있어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를 통해 유능한 관리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교 6학년생 자녀를 둔 K(49·여) 학부모회장은 “무상급식이 좋긴 하지만 교육예산이 실제 교육하는데 쓰이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체육활동이나 체험학습 하는데 많은 돈이 들고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공교육 강화와 함께 사교육의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종일기자 lji22@

경기혁신교육이 추진된 지 2년여가 지나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학교에 반영되기를 바라고 학부모들은 학교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적용과 함께 학교문화를 학생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와의 대화를 원하고 상호 신뢰가 이뤄지길 바란다.또한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이 추진되며 교육현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참여와 이해가 높아졌지만, 지역·학교별 편차가 심한 상황이다.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로 경기교육의 변화에 대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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