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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58만장발매‘흔적’의주인공 가수 최유나

‘세미트롯’기수‘반지’,‘ 느낌’,‘ 초대’등히트곡발표
영화‘시’에삽입된‘와인글라스’칸영화제에울려퍼져‘감동

 

글·사진ㅣ김동섭 기자 kds610721@kgnews.co.kr

‘세미트롯’기수 ‘반지’, ‘느낌’, ‘초대’ 등히트곡 발표
영화 ‘시’에 삽입된 ‘와인 글라스’ 칸영화제에 울려퍼져 ‘감동’

글·사진ㅣ김동섭 기자 kds610721@kgnews.co.kr

가 수 최유나, 그녀는 지난 1992년 ‘흔적’으로 ‘흔적’을 남겼다. 무려 58만장의 음반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서태지의 ‘난 알아요’ 는 25만장에 불과하다.

초교생부터 6,70대 어르신까지 흥얼거렸을 정도니 두말하면 뭐하랴. 정통 트롯도 아닌, 발라드도 아닌 ‘세미 트롯’인데도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됐다. 햇수로도 강산이 두 번 바뀐,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 진행형이다.



‘흔적’은 한국인이 즐겨 부르는 노래방 ‘50選’에 빠지지 않는 곡이다. 이 노래의 어떤 매력이 ‘가요의 고전’으로 남게 됐을까.

음악 평론가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가수 최유나의 투톤 음성이 우선 어필됐다”고 말한다. “고음은 비성이고, 중저음은 허스키한 보이스가 노랫말과 멜로디에 딱 맞아 떨어지며 핵폭발처럼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인기몰이를 한 것이다”고 덧붙인다. 그녀도 이런 평가에 수긍한다.

 

 

 



이 노래가 대힛트를 친 후 ‘애모’(김수희), ‘립스틱 짙게 바르고’(임주리) 등 ‘세미 트롯’이 가요계에 쏟아졌다. 그러나 ‘흔적’이 뜨기 전까지의 최유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이제는 가도 되는 건가요. 어두워진 거리에 오늘만은 웬지 당신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요. 지나간 날을 추억이라며 당신이 미소 지을 때 기억해요 슬픈 여자 마음에 상처 뿐인 흔적을…’ 백척간두에 서 있는 당시의 최유나의 비장한 심경을 노래한 것 같다. “시쳇말로 ‘흔적’이 뜨지 않았다면 가수 생활을 미련없이 접으려고 했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죽고 싶었어요. 그 모든 것을 걸었던 ‘가수의 꿈’이 너무 허망했어요”



그러나 ‘흔적’은 그녀를 ‘가수’에서 ‘카수’로 만든다.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스타가 된 것처럼. 방송 출연이 쇄도하고 너도 나도 노래방에서 불러댔다.

앞서 최유나는 1984년 KBS-TV 신인탄생에서 연속5주 1위로 8번 째 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확률상 1만분의 1’의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무대에서다.

‘누이’, ‘사랑의 트위스트’, ‘원점’, ‘다함께 차차차’의 히트곡을 부른 설운도가 바로 이 신인탄생의 선배인 걸 미뤄볼 때 그의 ‘스타 행로’는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기루였다. 이듬해 MBC-TV 서울국제가요제 본선에서 ‘첫 정’을 불러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 ‘첫 정’은 국내 가요톱10의 7위까지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1988년 다시 ‘애정의 조건’을 내놓는다.

황신혜, 김주승, 김희애 주연의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의 주제가다.

무명의 가수(황신혜 씨)가 인기가수로 발돋움하는 이야기인데 황신혜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그때마다 최유나의 목소리가 드라마를 적셨다.

“사랑은 내게 잠시 머물다 말없이 떠나버리고 밀려오는 시련 속에 서 있어도 나는 울지 못하는 작은 새 (중략) 사랑은 너무 아파요 사랑은 너무 미워요 내 작은 몸짓으로 어쩔 수 없는 사랑 사랑 사랑의 조건은…”

노랫말은 물론 최유나의 애절한 허스키 보이스가 4,50대 주부들에게 어필되면서 급상승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 드라마는 캐스팅 실패로 조기 종영된 것이다.

“노래가 힛트를 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어요. 일어서나 싶으면 이내 고꾸라지고, 정말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라구요”

 

 

 



최유나는 그때부터 긴 잠행에 들어간다. ‘열흘 운 년이 보름을 못 울겠냐는’ 심정으로 스스로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흔적’을 발표한 1992년. ‘오래 엎드린 자는 반드시 날으는 것이 높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그녀는 ‘방 떴다’. 국내 가요史에 한 획을 그었다.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최유나는 이 노래 덕에 서울가요대상, 대한민국 영상음반가요대상(골든 디스크) 본상, 한국 노랫말 가요대상, 고복수가요제 최고가수상 등 크고 작은 가요상을 휩쓸었다.

이후 그녀는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취입 곡마다 ‘성인가요 10’에 무난히 진입한다. ‘밀회’(1994), ‘숨겨진 소설’(1996), ‘슬픈 그림자’(1997), ‘미움인지 그리움인지’(1999), ‘와인 글라스’(2000), ‘밤차로 가지말아요’(2001), ‘반지’(2002), ‘느낌’(2004), ‘별난 사람’(2006), ‘초대’(2009) 등 힛트곡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 사이 그는 문화부장관 표창장(2001), 서울가요대상 전통가요 발전상(1996,1997,2002,2003),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2004), WBS 원음방송 대한민국 트로트가요대상본상(2006),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 10대 가수상(2008), 작가들이 선정하는 최우수가수상(2009), 제3회 대한민국 나눔대상 특별상(2010)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대상을 거머줬다.

특히 그녀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가수 데뷔 26년째, ‘흔적’ 발표 이후 18년만에, 2000년에 발표한 ‘와인 글라스’로 주목 받았다. 프랑스 칸 영화제가 열린 올 5월 뤼미에르 극장에서 느닷없는 ‘와인 글라스’의 노래가 원곡으로 울려퍼졌다.

이 노래가 흐를 때 ‘66세의 여우(女優)’ 윤정희와 이창동 감독은 레드 카펫을 밟았다. 영화 ‘시’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되며 이들의 입장에 맞춰 배경음악으로 나온 것이다. 윤정희는 ‘시’에서 ‘미자’로 분했다. 미자(윤정희)는 노래방에서 비참한 현실을 괴로워하며 부르는 노래가 바로 ‘와인 글라스’. 윤정희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노래방에서 ‘와인 글라스’를 열창하는 장면을 꼽았다.

‘와인 글라스에 젖은 립스틱 그리움을 당신은 압니까 놓아야 하면서도 붙잡고 있는 미련의 끝을 이젠 놓고 싶어 지금쯤 내 이름을 잊었을지도 모르는 모르는 당신 때문에 오늘도 서투른 몸짓으로 술잔을 잡는 내가 미워 미워’ 소녀와 같이 순수하고 엉뚱한 미자의 캐릭터를 가장 절실하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와인 글라스’가 불려졌다.

최유나는 실제 이 장면 촬영에 앞서 윤정희를 사사했다.



“문산의 한 노래방에 가서 무려 6시간 동안 윤정희씨를 가르쳤어요. 마치 ‘미자’가 부활한 것처럼 ‘국보급’ 여배우의 열창과 열정은 너무 놀라웠어요. 감정에 몰입해 부르던 윤정희 씨의 모습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훌륭한 배우라는 걸 실감했어요”



최유나도 윤정희 못지 않다. 가수의 자질과 재능면에서, 여기에 그녀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여자다. 안개처럼 자욱하면서도 감성이 묻어나오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한 번 들으면 그 음성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는, 산책하듯 부르는 노래, 아름다운 순백의 영혼을 지녔다.

그래서 그녀는 팬이 많다. 공식 카페에도 수천 명의 팬이 댓글을 남기고 그녀의 안부와 건승을 빈다. 일찌감치 그녀는 재테크에도 ‘흔적’을 남겼다. 2007년 중반 파주 프로방스 초입에 땅을 사고 라이브카페 ‘흔적’을 열었다. 지방공연이 없는 날은 ‘흔적’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다. 밤 9시30분에서 10시까지 딱 30분간. 절대 남의 노래는 ‘흔적’에서는 부르지 않는다. ‘흔적’이 지워질까봐서다. 그녀는 꿈이 있다.

“묵은 포도주처럼 향이 오래가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배호처럼, 백설희처럼. 김난영처럼. 김정호처럼…” 그녀는 천상 가수이기 전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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