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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스쿨] 화성 활초초등학교

참살이 학습터서 일구는 ‘오감만족’ 녹색생태교육

화성시청 맞은편 부장봉 허리에 아담하게 자리한 활초 초등학교.

활초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19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학교로 광복 직후인 지난 1946년 남양초등학교 활초 분교장으로 개교해 지금까지 명목을 이어오고 있어 요즘처럼 모든 것들이 쉽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서 깊은 학교다.

활초초는 학교가 위치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신도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두텁게 이어오고 있다.

지역적 특성상 외부인구의 유입의 적은 만큼 인근 주민들이 아이들의 친환경 교육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학교를 찾은 지난 20일, 겨울방학 중 이었지만 학교는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떠들썩했다.

주변에 특별한 학원이 없다보니 이곳 활초초 아이들은 방학중에도 학교로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겨울철 농한기의 여유 덕분에 누가 바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학교를 찾아 점심을 준비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학교를 찾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활초초를 졸업한 동문이라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동문이면서 학부모이기도 한 지역주민들이 한데 뭉쳐 아이들의 교육에 앞장선 덕에 활초초는 지난 2011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부진아동이 단 한명도 없는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보통이상 학력을 가진 아이들이 전체 학생 중 97.8%를 차지하는 등 아이들의 학습능력 역시 월등하게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활초초 한일근(59)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가 빨리 오고 싶은 곳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모든 선생님들과 다함께 노력했습니다”며 “아이들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찬 선생님들과 학교 동문이자 학부모인 지역 주민들의 자녀사랑 덕택에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집중력 향상은 특별훈련으로

지난 20일 설 명절 연휴를 앞둔 활초 초등학교는 다른 학교의 겨울방학과는 달리 학교 이곳저곳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람냄새로 넘쳐나고 있었다.

활초초 한일근 교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학교 운동장 한 켠에 자리한 학교 관사.

그곳에서는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생전 처음 보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교장은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두뇌학습 트레이닝’입니다”며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책을 읽을 때 어지러움이 생겨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특수 제작한 고가의 장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특수안경을 쓴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HTS(Home Vision Therapy System)라는 시지각 훈련 프로그램으로 집중력 향상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헤드폰을 쓰고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주기적으로 박수를 치는 것은 TLP(The Listening Program), 청지각 훈련 프로그램으로 난독증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활초초 만의 특별한 공부방식이 있었기에 이 학교가 학습부진아 ‘ZERO’ 학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온실

관사를 나와 다시 운동장으로 향하는 한쪽 구석에는 농가에서나 보일 듯 한 비닐하우스 한 동이 서있었다.

33㎡(10평) 남짓한 하우스 내부는 한겨울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따뜻해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이 비닐하우스 역시 활초초 졸업생인 마을주민이 집에서 쓰고 남은 장비를 이용해 직접 지어 모교사랑의 상징이기도 했다.

한일근 교장은 이렇게 지어진 비닐하우스에서 매년 졸업생들에게 선물할 화초를 가꾸고, 연꽃과 부레옥잠 등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을 직접 제배해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교장은 “아이들이 직접 식물을 제배하다 보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요즘 어린이들에게 흔히 나타는 증상을 쉽게 완화할 수 있습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있어서 생태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활초초는 자연속에 파묻힌 학교인 만큼 녹색생태교육을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도서관은 주민사랑방

다음으로 찾은 곳은 남녀노소, 학교 아이들은 물론 마을 노인들의 글 공부방이자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책읽기 재미에 푹 빠진 학교 도서관.

이곳 활초초의 도서관은 여느 초등학교와는 달리 방학이면 온 동네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5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두 명이 마을 노인들과 마주 앉아 책읽기에 열중이다. 글을 읽고 쓰는게 서툰 할머니를 위해 손녀뻘인 아이들이 글읽기 선생님을 자청한 것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엄마와 함께 학교를 찾은 어린이가 띄엄띄엄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고 또 다른 아이 한명은 혼자서 역사 만화책을 집중해서 읽고 있다.

한 교장은 “아이들의 학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을주민들을 위해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습니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학구열 신장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도서관 개방이유를 설명했다.

친구같은 교장선생님

한 교장과 기자가 도서관에 머무는 동안 복도에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방학 중 학교에서 진행되는 특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집으로 가지 않고 복도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학생수가 적은 탓인지 한일근 교장은 복도를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야단을 쳤다.

그러자 아이들은 한 교장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이날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교장선생님의 관계가 참으로 가깝다고 느낄 수 있는 광경이었다.

선생님들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화합

아이들의 소란을 잠재운 뒤 한 교장은 마을주민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준비한 1층의 빈 교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에서는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송미선 교사와 아이들 몇몇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송미선 교사는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기자가 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날도 송미선 교사는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화성시의회의 시의원과 인터뷰 약속을 잡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출발할 계획이다.

송미선 교사는 “졸업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직업 체험은 물론 우리학교에서 잊지 못할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며 뿌듯해 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친 송미선 교사와 아이들이 떠난 뒤 한일근 교장은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한 교장은 졸업하는 아이들에게만 선물하던 화초를 교사들에게도 건네기 위해 당직실 한쪽 구석을 이용해 여러가지 식물을 키우는 중이다.

한 교장은 “우리학교의 아이들이 어디서든 빛을 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열정적이고 유능한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라며 “이번 졸업식부터는 선생님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준비했습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문들이자 학부모인 마을주민들과 교사들이 하나가 돼 자연속에서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활초 초등학교. 활초초 아이들이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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