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의 자금 조달은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은 감소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히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은 54조5천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대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38조8천636억원으로, 전년보다 45.9% 늘었다. 하지만 시가총액 300위권 밖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전년보다 37.9% 감소한 1조8천493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금융회사들이 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금 조달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12조6천897억원으로, 전년보다 95.0%나 상승했다.
자금 조달 방식으로 보면 주식 발행 규모가 10조696억원, 회사채 발행 규모는 44조5천5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 발행 중에서 유상증자와 기업공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6.5%, 13.5%였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이 64.7%로 가장 많았고 제3자배정 방식은 34.9%였다.
회사채 발행 규모 중에서는 차환 발행이 21조4천917억원으로 48.29%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로 발행된 회사채 만기가 작년에 돌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모는 7천995억원으로, 전년보다 285.3% 급증했다. 특히 STX조선해양, 동부건설, 웅진에너지, 두산건설, 대한전선 등 그룹 계열사들도 BW 발행에 동참했다.
상장협 관계자는 “BW 발행은 주로 중소기업들이 이용하지만 작년에는 그룹 계열사들도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