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짝이 아니지만 갖다 맞추면 마치 짝이었던 것처럼 잘 맞는 것을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그 만큼 어떤 물건이 잘 어울림을 말하는데 이는 경기도 ‘안성’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유기(鍮器, 놋그릇 혹은 놋쇠 또는 통쇠라고도 함)에서 비롯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인 청경 김수영 선생은 안성유기, 안성맞춤의 맥을 이어온 인간문화재로 작품은 그 빛깔이 은은하고 아름다워 보는 이들에게 우리 한민족의 미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뜨거운 열기와 고된 작업을 통해 빛나고 영화로운 작품이 나오는 모든 작업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연해 진다. 옛 방식 그대로 그 빛깔 그대로 작품을 만드는 청경 김수영 선생을 만나 안성유기에 대해 들어봤다.



▲유기장이란

-유기장은 놋쇠로 각종 기물을 만드는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유기의 역사는 청동기시대부터 시작해 신라시대에는 유기를 만드는 국가의 전문기관이었으며 고려시대부터 더욱 발달해 얇고 광택이 아름다운 유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조선 전기부터는 조금씩 기술이 퇴화하다 18세기에 이르러 다시 성행해 사대부 귀족들은 안성지역에 유기를 주문해 생산하도록 했습니다.



▲유기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유기의 종류는 제작기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게 방짜와 주물, 반방짜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방짜유기는 녹인 쇳물로 바둑알 같이 둥근 놋쇠 덩어리를 만든 후 여러 명이 망치로 쳐서 그릇의 형태로 만들며 방짜로는 징이나 꽹과리, 식기, 놋대야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물유기란 쇳물을 일정한 틀에 부어 원하는 기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안성의 맞춤유기는 ‘안성맞춤’이라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유명해요. 또한 지역별로 독특한 양상으로 발전해 실용성이 높은 고유의 공예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전통적인 금속공예기술이죠.



▲안성맞춤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안성맞춤이란 제 짝이 아니었던 것을 갖다 맞출 때 매우 잘 맞음을 비유하면서 ‘안성맞춤’이라 합니다.

그만큼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릴 때 이런 말을 쓰는데, 안성의 유기제품은 장인정신과 뛰어난 솜씨로 정성것 만들어 품질이나 모양 등 기교 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켰기에 ‘안성맞춤’의 대명사가 됐다고 합니다.

▲3대째 전통을 이어가신다 들었는데

-지난 1983년 주물 유기 부문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된 장인인 김근수 옹에 이어 2대째 가업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들(김범진)과 20명의 장인들이 모여 방짜유기와 더불어 주물유기를 생산하고 이외에도 박물관 유물 복제 사업, 종묘 제기 복원 사업 등에 참여하며 안성유기의 명성을 지켜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길만을 고집하고 느리지만 멀리 가기 위해 적은 양이지만 커다란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하나로 매일 같이 뜨거운 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유기는 무엇이며 안성유기의 특징은 뭔가요

-유기란 좁은 의미로는 놋쇠로 만드는 그릇이라는 뜻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동(銅)을 기본으로 하는 비철금속의 합금으로 만든 여러 가지 기물을 말합니다. 전통적으로 놋쇠는 구리 78%, 주석 22%, 즉 동 1근(600g)에 주석 4냥 반(168.7g)을 배합하고 이 배합 비율은 방짜유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배합 비율로 주물유기를 만들 때는 그 비율이 달라집니다. 또한 놋쇠는 단단하고 견고하며 보온성이 뛰어난 성질을 갖고 있어 금속 중에서 색상이 금과 가장 가까우며 다른 금속과 달리 투박하고 은은한 광택이나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귀하게 사용돼 왔죠.



▲안성유기의 장점 및 특징

-현재 안성유기는 주물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형태가 작은 식기류를 많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모양이 아담하고 정교하며 기구의 종류가 다양하고 견고해 품질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어요.특히 원석의 우수성과 동과 주석의 정확한 혼합 비율로 광채가 뛰어나며 외관이 수려하고 여기에 견고한 내구성과 문자나 문양 등을 장식하거나 조각하는 기술도 뛰어나 섬세한 문양까지 곁들어지니 최고 중에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

-최근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유기공방을 3D업종이라 부릅니다. 힘든 직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고 힘겹지만 ‘전통 문화 전도사’라는 자부심 하나로 안성 유기의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안성유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살아나 예전처럼 활기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힘든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 놋그릇의 우수함이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안성 유기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면모가 하루빨리 되살아 나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