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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설야시인"揖 <읍> 차린 잔치"

국수 면발에도 마디가 있다

밤새 울어 퉁퉁 불은 눈언저리가 있다

후르르 삼키며 컹컹 목이 메는 곡절이 있다



이집 저집 상들이 네발 달려 걸어왔을 것이다

키가 작아도 빛나도 귀퉁이 깨어져도

한마당에

머리와 다리를 접붙여 앉히고

국수 말아 먹을 슬픔이 출렁

바다를 이룬

- 이민호 시집 ‘피의 고현학’ /2011년 / 애지



 

 

 

국수 면발에도 마디가 있다니! 시인이 국수를 말아 먹고 있는 곳은 잔칫집 같은 상갓집이다. 어느 작은 읍(邑)에 모여, 공손하게 읍(揖)하고 함께 국수를 말아 먹는 슬픔. 국수의 마디마다 퉁퉁 불은, 컹컹 목이 메는 곡절들을 따라가 본다. 그 곡절들 속에 작은 읍(邑), 더 나아가 민족공동체의 운명이 맺혀있다. 상갓집 마당에다 이집 저집에서 들려나온 상을 펼쳐 놓고 슬픔을 함께 말아먹는 사람들. 슬픔을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잔칫집과 상갓집을 오가며 우리의 생이 익어가고 있다. 국수의 마디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발견할 때,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아. 국수 마디에 맺힌 슬픔을 나도 공손하게 읍(揖)하고 말아먹어야겠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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