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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왕구하"둥근 힘"

 

여름내 호박넝쿨 담을 넘더니

옆집 고욤나무 가지에

호박 한 덩이 매달아 놓았다



하늘과 땅 어디에도 기울지 않고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허공에 얹혀

흔들며 흔들리며 나아간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짐짓 다시 한번 더 바라보는데

좀체 서두르지 않는다



둥글게 둥글게 힘을 그러모아

하늘은 저렇게 땅을 디딘다

- 황구하 시집 ‘물에 뜬 달’ /2011년/시와에세이



 

 

 

호박 넝쿨과 호박이 한 몸이라는 것은 그 넝쿨이 나아갈 때도 둥글게, 열매로 맺힐 때도 둥글게 여물어 가는 것을 보면 안다. 울타리를 넘어 옆집에 고욤나무의 둥근 열매와 함께 엉켜 둥글게 매달려 있는 모습!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그 고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시는 하늘이 땅에 닫는 이치를 둥근 호박을 통해 보여 준다. 시작과 끝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줄기로서 원(圓)을 이루는 힘! 각을 세우지 않는 완만한 평화로서 둥근 힘! 그것이 바로 경계를 넘나드는 하늘의 힘임을 깨닫게 해 준다. 사람도, 세상도, 지구도 종소리처럼 둥글게 퍼져 서로의 어깨와 어깨가 원(圓)을 이룰 때, 그 때가 힘들지 않게 힘이 되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것이 하늘이 호박을 통해 보여준 ‘둥근 힘’인 것을 알게 해준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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