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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사

 

덴젤 워싱턴 주연의 ‘존 큐(John Q)’,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The Island)’, 윈빈 주연의 ‘아저씨’.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3가지 영화 모두 ‘장기이식’과 관련됐다는 점이다.

삶의 질 향상은 의료와 복지 개념을 한단계 상승시켰고, 장기이식은 이러한 차원에서 수명 연장이라는 획기적인 성과와 함께 불법장기매매 등 윤리·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며 현대인들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이식은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것이고, 관련 산업도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이식에는 기증자(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와 수혜자(장기를 이식 받는 사람) 사이의 유전자 일치 여부 및 기증자의 생존 여부에 따라 크게 자가 이식, 동계 이식, 동종 이식, 이종 이식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동종 이식은 장기이식 중 가장 안정성이 높은 시술이지만 장기공여자(donor organ)의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실례로 미국의 한해 장기이식 대기 환자 수는 6만5천명으로 추정되는데, 그 수가 장기기증의 부족으로 매년 10~15%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장기이식 대기자의 수는 2000년 3천730명에서 2005년 7천75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15년에는 장기이식 대기자는 최대 158만명, 이종이식은 5~25%를 점유하고, 관련 시장은 59억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종간 장기공여자의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선책이 필요하다. 인간 이외의 동물을 이용한 이종 장기이식이 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종 장기이식 실용화를 위해 뛰고 있는 연구원을 만났다. 황성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동물바이오장기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성과와 향후 추진 방향,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바이오장기 연구에 매진하기까지의 과정

2004년 ‘국가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과제’로 선정된 바이오장기사업은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3개 부처가 이종장기 생산을 위해 역할 분담을 해 진행해 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생산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의료용 단백질 생산을 통해 고가의 치료제를 만드는 바이오신약, 사람에게 이식가능한 장기를 동물(돼지)을 통해 생산하는 바이오장기, 탐지견·수색견·인명구조견 등 우수한 능력을 가진 특수견을 생산하는 특수목적견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황성수 박사는 이 중 바이오장기 분야에서 국내 축산학 분야 대학들과 연계해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동물복제, 장기이식 등 생명공학 관련 단어들이 익숙하지만, 황 박사가 1994년 대학원에 입학할 땐 생소한 단어들이었다고 한다.

“석사를 마칠 당시에도 이러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드물었어요. 미세조직 현미경을 다룰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죠. 이들이 주로 일했던 곳은 차병원, 미즈메디병원 등 불임클리닉을 운영했던 병원이었고, 저도 삼성의료원에서 7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황 박사는 특히 난소생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난소에서 양질(良質)의 난자가 생산되느냐에 따라 뛰어난 개체의 탄생이 결정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삼성의료원에서 난소생리 분야 박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판단, 퇴사를 결심하고 2003년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난소생리 분야의 지식을 더 쌓은 후 2006년 농진청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형질전환 분야에서 일을 하다 2008년 말부터 현재의 실험실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장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3일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종장기 개발에 있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돼지 등 포유류에 존재하는 유전자인 GalT(α-1,3-galactosyltransferase)가 사람과 일부 원숭이,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에 이식됐을 경우, 이를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로 인식해 항체 반응을 보이며 수분 내 이식된 장기를 괴사시키는 것)을 극복한 형질전환 미니돼지 ‘지노(Xeno)’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돼지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생리 및 장기의 형태가 인간과 가장 유사해 바이오장기 생산 연구의 매개체로 이용하고 있다.

“돼지는 잡식성이고, 다산(1년에 2번)을 하며, 병원균을 제어하기 비교적 쉽죠.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실험체를 돼지로 통일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농진청의 바이오장기 개발은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 미니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영장류인 원숭이에 이식하는 데 1차적으로 성공하는 수준까지 발전됐다.


 

 

 


◆ 이종간 장기이식 실용화를 위한 노력

‘초급성면역거부반응 유전자 제거 복제돼지 ‘지노’ 생산(2009년), 2010년 바이오장기용 복제 미니돼지 지노 후대 생산(2010년), 초급성과 급성 체액성 면역거부반응 2개의 유전자(GalT KO/CD46)가 조절된 돼지 ‘믿음이’ 생산(2010년),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유전자(CD73)가 도입된 복제 미니돼지 ‘소망이’ 생산(2011년),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데 1차 성공(2012년)’

농진청 동물바이오공학과 황성수 박사 연구진들이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결과물이 세간에 이슈화되는 것보다 생산된 개체가 교배를 통해 현재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지 여부 등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2대까지의 발현성공 여부는 멘델의 유전법칙인 ‘분리의 법칙’(우성순종: 우성잡종: 열성순종=1: 2: 1)을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 우성순종의 발현도가 25% 정도이므로 3대부터는 우성순종끼리만 교배시킴으로써 거의 100%의 발현율을 보이게 된다.

그는 향후에는 연구를 이원화해 진행할 계획이다. 면역거부반응은 초급성(이식 후 수분 내지 수 시간내 발현), 급성(혈관 내에서 일어나며 수일에서 수주내 발현), 세포성(수개월), 만성(수년)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동시(5~6개) 제어하는 연구와 각각의 장기에 맞춰 발현되는 반응을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

황 박사는 이러한 연구가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선 의료분야와 병행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의 연구로 모든 것이 해결되라라 보지 않는다”며 “유전자를 조작하는 작업은 최소화하면서 면역억제제 개발 등 의료적인 부분과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이종장기 이식이 실용화되려면 심장, 신장 등 고형장기의 경우 10년 이후, 피부나 뼈, 각막, 혈관 등 세포(체도세포)는 2013~2014년 정도면 가능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바람도 살짝 내비췄다.

“바이오장기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한 바람을 말하자면 동물을 통한 이종 이식은 차선책으로 이용되길 바랍니다. 장기기증이나 자신의 줄기세포를 통한 이식 분야가 더욱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자가이식이나 동종이식이 이종이식보단 면역거부반응도 적기 때문이죠.”

그는 또 “동물을 통한 바이오장기 연구가 돈벌이 보다는 향후 의료용 축산, 즉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 분야라는 또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농업 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ㅣ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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