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dementia)는 대뇌 신경세포의 손상 등으로 지능·의지·기억 등 정신적인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정상적인 정신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의 질환이다. 정신지체와 같이 지능적 장애인데 정신지체는 주로 지능의 발육이 늦거나 정지된 것인데 반해 치매는 후천적인 대뇌의 광범위한 손상으로 정상적이던 지능이 저하된 것을 말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이 수십가지에 이르며 그 원인질환에 따라 증상과 경과도 차이가 크다.치매의 기초 진단은 보통 일상생활 중 기억력 저하가 행동에 미치는 정도를 보고 하는데 많은 노인들이 매우 단조롭게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생활 환경하에서는 미처 발견되 지 않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치매와 건망증
젊어서 기억을 잘 했던 사람이라도 나이들며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점에 대해 당사자는 걱정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나도 그래” 또는 “늙으면 다 그래”라고 하는 말을 들면 그에 젖어드는게 보통사람의 생활방식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다가오는 정상범위의 기억력 저하와 치매 초기 증상은 매우 유사하나 그 경과는 사뭇 다르다.
정상범위의 기억력 저하는 일반적인 건망증으로 세세한 부분을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모두 기억하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귀띔해주면 기억을 되찾게 되고 기억력 감퇴현상을 스스로 인지해 메모 등으로 보충하려고 노력 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반해 치매는 일어난 일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귀띔을 해도 내용을 잘 생각해 내지 못하거니와 자신의 기억력 저하를 모르거나 부인하는 현상을 보인다.
◇조기 진단 필요성
우리는 고령화사회 현상 읽기와 건강하게 살겠다는 의지 만큼이나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치매 등 건강상식 내지 그 지식을 많이 접하며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방에 틀어 박혀서 벽에 대소변을 칠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치매를 언급하거나 치매 진단을 받는데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많은 가족들이 ‘환자에게는 치매 검사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로 시작해서 치매 진단을 받을까 봐 안절부절 못하거나 진료를 거부하고, 기억력 저하를 부인하다가 진단을 받고 나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절망하고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늦춰 가족이 하루 종일 붙어있지 않아도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어느 정도 진행한 치매 환자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인지치료나 간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직접적인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10% 정도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치매’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상을 느낄 때 적절한 진료를 받고 정확한 진단과 기억력 저하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는 치매를 감춰 쉬쉬하는 소극적인 단면을 버리고 반드시 완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 예방
의료계에서는 요즘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치매예방 위한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심장병 치료와 금연, 절주(節酒)가 치매 예방에도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로 확인된 내용이지만 일반적으로는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규칙적인 운동과 머리를 많이 쓰며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생활태도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예방과 치매환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치매는 많이 진행된 후 치료하면 치료 효과가 미미하고 조절이 힘들지만 초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약물치료, 인지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한다면 잘 조절될 수 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기억력을 관리하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환자와 가족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도움말=분당차병원 신경과 김현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