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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

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                                    /허림

그대와 헤어지고 나서 강가에서

나는 서성거렸다

물결의 악보 위로 조곡 같은 바람이

흘러왔다

물과 물 뒤섞이는 소리 발끝에 젖고

눈빛이 저녁 햇살이 잠시 붉어졌다

강물 따라 흘러가는 노래는

조금은 슬프리라



…중략…



동화속의 전설에서 나는 사랑에 귀가 멀고 눈이 멀었지만

나는 노을강가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르며 흘러갈 것이다

바다까지 흘러가 섬이 될 것이다

그대는 이 강을 따라 떠났고 물결처럼 남은 사랑만이

내 가슴에 와 뒤척인다 은밀하게 상처 속에 남아있는

고독은 미루나무 숲 그늘아래 서성이게 하리라

밤새의 울음이 적막하게 둥글어지고

나는 나무의 저쪽에서 또는

물의 안쪽에서 들려오는 메아리를 듣는다

내 사랑은 아직도 강가를 서성인다

시집<노을 강에서 재즈를 듣다> 황금알 / 2008

 


 

오랫동안 강가를 서성여 본 사람은 안다.강이, 그 물결들이 조곤조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또 수용하는지. 이제 그만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는 소맷자락을 붙잡고 발목을 잡아 주저앉히는지…. 꿈을 키우기도 혹은 쓸쓸히 꿈을 접기도 사랑을 맞을 때 혹은 보낼 때도 함께 있기에 강만큼 적절한 상대도 없을 것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시인은 이미 강이 되어 사람의 말이 필요치 않은 것을… 홀로 적막하고 홀로 황홀하고 홀로 가득하여 음악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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