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엉성해 보인다. 도시의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겉치레에만 치중한 채 그 도시에 살아가는 시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은 예산낭비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고양시의 도시 디자인은 조금 특별하다. 장애·연령·국적·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을 모토로 한 고양시의 경관은 사람중심 디자인의 좋은 예다. 최근에는 셉테드(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의 점진적 도입으로 도시시설을 설계단계부터 범죄 예방에 적합하게 함으로써 안전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난잡할 정도로 복잡했던 거리의 간판들을 말끔하게 정리했으며, 행정 게시판들 역시 통일감 있게 정돈했다. 비바람이 불면 어지럽게 휘날리던 현수막 게시대 역시 태양열을 이용한 접철식 자동화시스템으로 개선했다. 이 모든 노력들이 어우러져 전국 지자체 옥외광고업무 시책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에 선정돼 대통령 기관표창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최성 시장은 “시민이 불편하다면 그 어떤 디자인도 의미가 없다”며 “타 지역처럼 대규모 예산을 들인 토목공사로 도시의 상징을 만들기 보다는 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도시를 가꿔 쾌적하고 안전한 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람이 중심이 되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고양시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범죄의 우려마저 감돌았던 낡은 건물들이 벽화와 함께 아이들이 뛰노는 동네로 바뀐 사연 등 도시 디자인의 혁신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평범했던 마을이 ‘동화’가 되다
본일산 지역은 신도시지역에 비해 기반시설들이 취약해 주민들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던 지역이다. 일산뉴타운지구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열악한 주택시설들이 혼재돼 있기도 하다.
시는 이곳을 시민들의 참여로 새롭게 단장한 이후 통영의 동피랑 마을 못지않은 벽화 명소를 만들었다.
지역의 변화 소식에 도움의 손길도 줄을 이었다.
미술 전공자, 미술동아리, 미술학원 원장 및 학생, 고양예고 학생 등 500여 명의 개인·단체에서 봉사의 의지를 밝혀왔고 삼화페인트에서 친환경 페인트와 앞치마를 무상 지원해 이들의 의지를 뒷받침했다.
마침내 일산중·고등학교 담장부터 시작해 에이스 11차 아파트 담장으로 이어지는 2㎞ 남짓한 구간의 벽화거리가 만들어 졌다. 또한 전국 최초의 벽화홍보전문 블로그(http://blog.naver.com/papski6553)를 만들고 도색 공사 작업, 벽화작업 모습 등 벽화거리와 관련된 전 과정을 UCC와 사진으로 소개했으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그 어떤 ‘명품’ 보다도 값진 ‘사람’이 사는 훈훈한 감동을 만들어 냈다.
벽화거리를 조성하면서부터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학생들은 손바닥 도장나무를 그리며 내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키웠고, 아파트 지역과 주택지역 사이의 보이지 않던 마음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근에 위치한 일산시장, 덕이동 패션거리에도 활력이 붙기 시작했고 마을이 벽화와 함께 동화가 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 희망의 마법이 시작됐다.
▲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설계
고양시는 원더스, 오리온스와 같은 유명 구단들의 연고지일 뿐만 아니라 전국체전이라는 큰 행사를 치룬 스포츠 도시다.
빛나는 스포츠의 영광 뒤에도 사람을 위한 디자인, 고양시의 사람중심주의가 있다.
최성 시장은 전국장애학생체전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고양체육관에서 주차장부터 휠체어를 타고 이동, 장애인의 불편을 직접 체험하는 등 장애인들이 실제로 무엇이 불편할지 느껴보며 큰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다.
누이가 장애인인 최 시장은 어릴 때부터 장애인들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직접 보고 겪어왔다.
‘그 어떤 사람도 불편해서는 안 된다’는 시의 사람중심 디자인은 최 시장의 경험적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시는 공무원 및 시설물업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사람중심 디자인 탐방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직접 팀을 꾸려 시 주요 지역을 탐방하고, 휠체어로 이동해 보면서 무엇이 불편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대안을 도출해 내고 있다.
▲ 구호뿐인 일회성 디자인에서 제도적 디자인으로
시는 경관조례를 제정해 일회성이 아닌 제도적으로 시의 디자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위원회 방식으로 이뤄지던 위원들의 자문을 전국 최초로 사이버 방식으로 변경,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2010년 4월부터 표준디자인을 개발해 배포를 시작한 가로등, 볼라드, 펜스 등 10개의 주요 가로시설물들은 단아한 도시의 경관을 위한 통일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도시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개발된 표준디자인은 직접 특허청에 디자인등록을 출원한 바 있다.
또한 일반인 및 공무원들에게 생소한 공공디자인 업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공공디자인 업무편람을 제작하고, 경관법령집, 경관협정 편람, 고양 표준색표집, 사이버디자인 자문 매뉴얼 등을 매년 만들어 관련부서에 배포, 업무에 활용 하고 있다.
▲ 어지럽던 간판들, 일동 차렷!
도시의 번화로에는 가게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커다란 간판을 내걸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시는 화정 문화의 거리, 일산동·서구 중앙로를 비롯해 각종 중심상업지역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이러한 간판들을 과감하게 정리했으며 전국 최장의 간판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시는 간판정비에 있어 무분별한 장식으로써의 디자인이 아닌 ‘간결’과 ‘모던’이라는 콘셉트하에 1업소 1간판 설치의 원칙을 세우고 가로형 간판의 경우 3층까지 설치를 허용했다.
도로변 안쪽에 위치한 업소 등에 대해서는 갈림길 안쪽으로 통합연립간판을 설치하도록 했고, 잦은 업종변경으로 인한 광고물의 교체가 용이하도록 했으며 또한 에너지 절약, 내구성, 야간 경관조명을 고려해 LED를 사용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기존에 소유했던 간판(평균 3~7개)보다 수량 및 규격 면에서 축소된 것을 매출감소 원인으로 결부시켜 업주들의 분위기가 부정적이었지만 업주들의 이 같은 반발을 주민설명회, 개별방문을 통한 보충설명 등을 실시하고 설득, 상가 입점업소의 의식전환을 촉구해 마침내 업주들의 사업참여를 유도, 지금의 아름다운 고양시 거리가 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