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에게 /이시카와 다쿠보쿠
바닷물이 밀려들면 구멍으로 기어들고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기어나와서
온종일 옆으로 걷고 있는
동해바다 모래사장의
영리한 게야 지금 이곳을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와서
마음 속 감실의 등불이
그대 눈보다도 작게
꺼졌다 켜졌다 하는 아이가
갈 길도 모르면서, 지쳐 헤매어
더듬어 가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출처 : 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민음사, 1998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어디까지 왔는지 곰곰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하는 시다. 게, 그 작은 눈 속에서 거대한 바다와 파도와 인생을 읽고 있는 시인이 아름답다. 갈 길도 모르면서 지쳐 헤매어 더듬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을 더듬더듬 더듬어 끝내 언젠가 우리는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