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꽃/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나도 갖고 싶다. 그것도 사람을 사람꽃을,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꽃을 갖고 싶다는 시인의 말이 나는 복숭아꽃보다도 모란꽃보다도 연못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빛잉어의 눈부심보다도 더욱 갖고 싶다. 사람에 부대끼고 미워하고 몸 떨다가도 사람은 끝내 사람인 것이다. 갖고 싶다. 나비처럼 날지는 못할지라도 사람꽃에 뜨거운 숨결로 내려앉아 긴 주둥이 들이밀고서 속삭이고 싶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