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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신 모나리자

신 모나리자                   /이명

세월이 흐르자

모나리자의 눈꺼풀이 쳐졌다

얼굴에는 거뭇거뭇 점들이 생겨났다



다빈치의 노트북에는

구면球面에 비친 상을 평면平面에 옮기면

같은 길이의 대상이라도

각도에 따라 각각 다른 길이로 투사된다는데

눈꺼풀이 쳐지는 바람에

그녀의 소실축도 아래로 내려왔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티없이 맑은 인상이었다

안쪽으로 무한히 감겨들어가는

황금분할의 직사각형에 따라

이목구비가 갖춰진 얼굴



그녀의 얼굴을 되살리는 작업은

내 기억 속의

그녀를 온전히 불러내어

실물과 대조하는 일뿐인데

미숙련공 다빈치가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모나리자, 미소가 사라졌다.

-이명 시집 <앵무새학당>에서-



 

 

 

아름다움은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또한 사람들의 마음도 간사하게 변하여 예전의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이 되고 싶어 안달이다. 본래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세월의 때가 묻으면 이겨낼 재간이 없다. 세월의 때조차도 아름다움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겨내기가 힘들 것이다. 새로운 문명이 제아무리 대단한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휘두른다 해도 신의 오묘한 재주를 흉내 내기는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그러다가 흠집만 내기 십상이다. 현대인의 미 추구 의지는 드디어 신의 영역을 벗어나 인간의 힘으로 좌우하려는 시점에 들어섰다. 사람의 눈에 맞추려다가 사람까지 잃지나 않을까 저으기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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