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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2/서안나

나는 뒤쪽에서 더 선명하다

당신의 뒤편인, 나는

당신 뒤꿈치에 밟혀

꽃처럼 사납게 피어나는, 나는

없어서 있는, 나는

당신에게 훌쩍 뛰어들기도 하는, 나는

당신보다 늦거나 빠른, 나는

당신을 쫓거나

도망자인, 나는

태양의 비명이 들리는, 나는

기침처럼 당신을 찢고 나온, 나는

빛의 단검으로

당신을 내려치기도 하는,

뒤쪽으로도 잘 자라는, 나는

서안나 시집 『립스틱발달사』 / 시작시인선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아버지의 구부정한 어깨처럼, 창문에 기댄 어머니의 마른 등짝처럼 뒤쪽엔 서글픔이 매달려 있다. 복잡한 도시를 경험하는 사람들 중 어깨가 쳐지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만큼 시대를 견뎌내기 어려운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아니 그것을 떠나 인간의 등짝은 원래 쓸쓸하다. 빛이 들지 않는 그늘이 있다. 젖가슴이나 배꼽 같은 둔덕도 없고 쓰다듬는 손바닥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 없는 편편한, 그래서 ‘없어서 있고’, ‘훌쩍 뛰어들어’ 껴안아 주고 싶은 등짝인 것이다. 유쾌하거나 활달한 등짝은 좀처럼 볼 수 없다. 등짝엔 슬픈 표정만이 고루 퍼져있다. 그래서 난 등을 보고 너의 슬픈 표정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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