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 이야기/이윤택
슬픈 노래가 너를 천국에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
슬픈 노래 흐를 때 슬픈 노래 지긋이 밟고 빙글
멋지게 스테이지 한가운데로
이 세상과 우리 사이 발이 있다
하나님은 발이 없지
막달레나 마리아도 내 발을 닦아 주었다
미스터 J 춤을 추세요
당신의 발 너무 날렵해 날아다니는 것 같애
나는 날지 않았다
스텝을 밟으며 욕심 없이 발자국 지우며
슬픈 노래 가득 찬 세상 손을 내밀었지
한 번 추실까요, 아가씨?
시집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8년 문학사상사>
슬픈 노래 가득한 세상과 지긋이 멋지게 빙그르르 돌다보면 세상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의 연극들에서처럼 세상의 온갖 희로애락을 한 판 춤으로 승화시키려는 아름답지만 아픈 춤을 시인은 추고 있다. 욕심 없이 발자국마저 지우며 하나님도 천국도 예수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고 그것이 역설로서의 갈망이든 절망이든 눈 지그시 감고 빙그르르 세상 모든 아픔들에게 손을 내어 밀고 있다 살며시 그 손을 잡아줄 일이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