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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황병승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황병승 시집 <육체쇼와 전집>/문학과 지성사



 

 

 

선로공으로 일생을 소비한 사내는 선로 위에서 밥을 먹고 선로 위에서 키스를 나누고 선로 위에서 배설을 한다. 지루한 생의 마지막은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을 선로처럼 아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일생은 길고도 짧은 역사다. 지구에서 보면 혹 긴 것 같기도 하지만 우주에서 보면 그저 소행성을 잠깐 지나치는 순간의 역사다. 태풍처럼 잠깐 지나치는 사건이다. 순간 속에 긴긴 노동과 지루한 사랑과 끝나지 않을 슬픔이 꽉꽉 쟁여져 있다. 순간 속에 팔만 칠천 번의 식사와 이만 구천 번의 배변과 긴긴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며 누군가 만들어 놓은 트랙을 따라 걷고 있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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