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시/권혜창
달과 지구가 점점 가까워지는 때 있지
조수간만의 차 때문이란
싱거운 변명이 있는 모양이지만
썰물 진 바다에 가 봐
마음의 속살이 다 보이잖아
미처 숨기지 못한 어린 게들을 갯벌 속으로 황급히
끌어 당겨 봐도, 이미 늦은 일
감출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거지
갯벌 위를 걷다 보면 더 잘 알게 되잖아
발자국마다 놓아주지 않으려는 힘
별들의 인력이 얼마나 간곡한지 알게 되지
삶이 시에게, 시가 삶에게
한껏 팔을 뻗는 시간들도 그러하지
거품을 뿜으며 옆으로 걷는 게가
온 몸으로 적어놓은 갯벌 위 문장들도 그러하지
- 계간 <시와시> 2010년 여름호
감출 수 없는 마음, 그걸 시인은 “마음의 속살”이라고 부른다. 어린 게들에서 갯벌의 마음의 속살을 읽어내고, 발자국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힘에서 별들의 간곡한 인력을 읽어내는 게 시안(詩眼)이겠다. “삶이 시에게, 시가 삶에게 / 한껏 팔을 뻗는 시간”에 자연에서 비의를, 갯벌에서 문장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여름, 나무의 마음과 바람의 속살 등을 만지작거리며 노닐고 싶다. /박설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