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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고기국숫집에서

 

고기국숫집에서 /김광렬

세 부자가 고기국숫집에 깃들었다

아비는 늙은 노새를 닮았다

어디서든 권위가 안 설 것 같은

머리털이 몽당 빗자루 같은

왜소한 아비와 같이 온 두 남매가 쑥부쟁이처럼 고왔다

아비가 자식들의 그릇에

말없이 돼지고기 한 점씩 얹어주었다

나는 소싯적 찌든 아비를 얼마나 부끄러워했는가

가슴이 아리게 면도날이 서는데

서럽긴 해도

저들은 덜 아프겠다

김광렬 시집,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있다/푸른사상/2013



 

 

 

세상의 모든 아비들은 패자다. 아들은 아비를 보며 위축되거나 거만해진다. 지척의 아비를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머리털이 몽당 빗자루 같은, 늙은 노새 같은 아비, 찾아온 친구에게 때마침 마당을 쓰는 아비를 부리는 머슴이라고 했다는 옛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렇건 말건 말없이 자식의 그릇에 돼지고기 한 점씩을 올려주는 아비의 마음이 얼마나 느꺼울지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어쩌면 가고 없어야만 눈물 나게 그리운 이름 아버지.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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