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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그 여름의 낮잠

 

그 여름의 낮잠

/최기순

장맛비가 석 달 열흘 쏟아지고

앞산이 무너져 붉은 흙이 가슴을 덮고

어머니는 장독대가 떠내려간다고 발을 굴렀다



흙탕물 속에서

닭 벼슬 같은 맨드라미가

깜빡거리며 떠내려갔다



저 맨드라미를 건져다가

어머니의 장독대에 심어드려야 하는데



아무리 버둥거려도 발이 땅에 닿질 않았다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푸른사상 시선 25



 

 

 

올해는 어느 때보다 장마가 길고 지루했다. 끈적거리고 후텁지근한 것은 둘째고 불어난 빗물로 인해 사람 사는 세상엔 갖가지 사연들이 많았다. 산이 절개되고 토사물이 쏟아진다. 집을 덮쳐 무너지고 불어난 물에 사람들이 속수무책 떠내려가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물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고 평생 가슴에 슬픔을 맞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는 공포다. 비가 올 때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조마조마 안절부절 한다. 비가 어떤 사람들에겐 즐거운 추억이 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평생의 트라우마다. 꿈속에서도 끔찍한 장면은 반복되고 ‘아무리 버둥거려도 발이 땅에 닿질 않는’ 꿈의 표의가 등장하는 것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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