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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물방울 렌즈

물방울 렌즈

 

/홍순영

누가 밤새 저 감나무 잎새마다 카메라 매달아 놓았다



바람 흔들어대도 연방 셔터 눌러대는,

설핏 비친 겹벚꽃 겨드랑이 속살과

‘피아노 모텔’ 나서는 연인, 재빨리 줌-인해 찍고는

구름의 느릿한 발걸음과

바람의 뒤통수도 한 컷

쓰레기봉투 후벼놓고 지하계단으로 잠적한 고양이 꼬리,

고층 베란다에서 까치발 들고 새를 부르는 여자까지

대롱대롱 담고 있는 물방울 렌즈



새 한 마리 햇살 쪼며 날아오르자

수십 장의 풍경들, 사방으로 흩어지고

배터리 잃어가던 물방울 카메라

서둘러 감나무의 속사정, 연사로 찍어댄다

얼결에 빨려든 하늘

감나무의 배경이 시퍼렇다



홍순영 시집『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문학의 전당

 

긴 장마, 온 천지에 ‘물방울 렌즈’ 투성이다. 알알이 맺힌 물방울은 거울처럼 주변의 풍경을 찍는다. 물방울의 크기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담는다. 줄줄이 생겼다 줄줄이 떨어지고 또 줄줄이 생긴다. 마치 폴라로이드처럼 한번 찍은 장면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다시 또 풍경을 끌어당기며 양껏 몸집을 키운다. 떨어진 그것들은 그것들끼리 모여 어디론가 흘러가고 흘러가는 동안 그것들대로 또 다른 풍경을 담는다. 물방울은 풍경을 찍고 풍경은 물방울에 끊임없이 제 몸을 비추다 물에 빠져죽는 나르시스가 된다. 물방울이 찍은 그 많은 사진들은 어디로 전송되는 걸까?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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