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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박현수

해가 가장 길게 혀를 빼어

지상을 오래 핥는 날

상처에 닿을 때마다 붉어지는 혓바늘

하염없이 핥아주는 것밖에

해줄 것이 없는

늙은 암캐의 혓바닥처럼

서러운 온기에

온 머리가 젖어 꿈이 맑아진 풀잎들

치유는 핥을 수 있는

따스한 거리에 있어

핥을 수 없는 곳마다 덧나는 상처들

혓바닥이 지난 곳마다

매미가 자라고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사람의 눈동자가

지상에서

가장 먼 곳에 올라 맑게 씻기는 날



월간 『현대시』2008/ 10



 

 

 

농촌에선 절기 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정해놓고 때맞춰 농사일을 했다. 농촌이 도시화 하면서 잊어버린 절기들 하지, 지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부터 볕이 내리는 날 새삼 마음 따뜻한 온기가 전해온다.가난한 농가의 어머니들은 칭얼거리는 어린것을 달래려 무명 앞치마 위에 앉히고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는 일밖에 달리 수가 없었다. 산딸기가 익으면, 이라든가 텃밭 가장자리 개복숭아가 익으면 따주겠다던가 아득한 약속을 하며 긴긴 여름 해를 넘겼다.그러나 치유는 먼 곳이 아닌 핥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혓바닥이 지나간 자리에서 매미가 자라고 사슴의 묵은 뿔이 떨어지고./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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