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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서두른 천국행

 

서두른 천국행/백우선

 


시어머니는 여든이 넘었고

처녀 적부터 성당엘 다녔다.

재혼해 들어온 며느리는 교회에 열심이었고

비신자였던 아들도 처를 부지런히 따랐다.

시어머니가 다리가 아파 거동이 어렵자

며느리가 성당엘 차로 모셨으나

얼마 뒤부터는 교회로 태우고 다녔다.

시아버지 제사도 지내지 않자

형제들은 발걸음을 끊었고

친척들도 그 집에 갈 일이 없어졌다.

시어머니는 어느 날 유서도 없이

서둘러 천국으로 떠나버렸다.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사는 곳이 천국이었으면 좋겠다. 사는 날이 천국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여기는 천국이 아니다. 인간은 사는 것 자체가 죄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생명을 취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생에라도 천국으로 가고 싶어 한다. 다음 생에는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 생은 다음 생이고, 이승에서 천국처럼 살 수는 정말 없는 것일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챙기는 천국은 여기에는 없는 것일까. 자기 방식으로 살아주기를 원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와 다르지 않다. 상대방의 방식을 이해하고 따라주는 일만 조금 더 늘려주어도 이 땅은 바로 천국이 될 터이다. 많이 부족하긴 하여도 그곳이 바로 천국은 천국일 터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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