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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려놓고 거리로… 환상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국내·외 수준 높은 작품
불꽃·영상·퍼포먼스 결합
상상력 넘치는 야외 공연
인류문명·자본시장 풍자
현대사회 모순 비판·경고
깊이있게 생각하는 기회

 

■ ‘과천축제’ 25일 팡파르

풀잎이 한결 선선해진 바람에 ‘이젠 좀 살 것 같다’며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그 풀잎에 사뿐히 내려앉은 고추잠자리도 그네를 타며 한낮의 한가로움을 즐긴다.

높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관악산은 그 자태가 도도하고 무더위를 가르고 요란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매미는 그 울음이 그쳤다. 밤은 토실토실 잘도 여물어 장터에 얼굴을 뾰족이 내밀었다.

번다한 일상생활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과천축제는 한낮에도 바람결이 제법 시원해졌다고 느껴지는 딱 이맘때 나비처럼 날아와 시민 품으로 살포시 안긴다. 연륜을 더할수록 농익은 맛이 나는 과천축제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제17회 과천축제에 초대받은 극단들이 어떤 작품을 들고 거리란 공간에 펼쳐놓아 시민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지 개막에 앞서 알아본다.

 

 

 

 



국내 공식 참가작

올해 국내작은 13개 작품 중 9개가 초연이란 점과 한국배우가 동시 출연해 이해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지리 궁상’은 남자 무용수들이 부산 특유의 거친 질감과 역동성으로 인생을 논하며 관객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땅으로부터’는 인간이 땅에서 잉태된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는 과정을 몸짓으로 보여준다.

나무에 올라가 자신이 가지의 한 부분이 돼 서로가 마음 속 대화를 나누는 등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임을 일깨운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고전 시가를 차용한 ‘공무도하가’는 사랑하는 남자가 강물에 빠져죽자 자신도 뒤따라 죽음을 선택한다는 다소 슬픈 사연을 불꽃과 영상, 공중 퍼포먼스로 펼쳐진다.

불이 가지는 몽환적이고 화려한 이미지와 배우들의 절제된 움직임, 뛰어난 무대예술 기술을 수준 높은 야외공연으로 탄생시켰다. ‘무지막지서커스 2’는 인류 문명인 각종 기계들을 포커레인을 빌려 풍자한다. 출연진은 커다란 바퀴와 기계를 조련하며 자본시장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크타임즈’는 지난해 초대작을 한 단계 발전시킨 작품으로 목소리를 잃고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여가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주변 모든 사물과 인간을 1회용처럼 쓰고 쉽게 버리는 사회풍조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있다.

‘이동사진관’의 주인공은 과천시민들이다. 지난해 ‘도시 내시경 과천’의 연작으로 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3개월간 담은 영상과 설치미디어를 통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랄라라 쇼’는 얼핏 제목만으론 유쾌한 공연으로 짐작되나 그 속에 숨겨진 주제는 철학적이다. 이상한 수레에 관(棺)을 실은 두 악사는 마치 약을 팔듯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음악을 연주한다. 무엇이든 쉽게 만들고 쉽게 가졌다가 쉽게 버리는 현대사회의 가벼운 존재들에 대해 경고를 던지는 이 쇼는 역설적이게도 연주곡은 아름답고 경쾌하다.

‘마당극 품바품바’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각설이들의 재담과 소리, 춤, 놀이를 질펀하게 늘어놓는다. 웃음 넘치는 해학과 풍자로 공연장은 폭소 한마당이 되고 배우들에게 끌려간 관객들의 서툰 연기와 소리에 관객들은 또 한 번 배꼽을 잡는다.

‘구(球)에 비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은 커다란 구 모양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과 헛된 욕망을 일깨우고, ‘달콤한 나의 집’은 빈 집을 불법 점거해 살던 노숙자들이 재개발을 못하게 막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종이인간 in 온온사’는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붙들고 전개하는 관객 참여형 설치 퍼포먼스로, 랩으로 만든 자신의 몸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내면에 잠재된 실체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그림 그리는 집’은 화가 장욱진의 그림 ‘작고 예쁘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으로 그림 속 인물과 풍경들이 인형으로 등장해 고향마을 이곳저곳을 누빈다. 도심 속 공원을 작은 인형마을로 꾸민 점이 눈여겨볼만 하다.

‘마법의 숲(프로젝트 날다)’은 국내 최초·최대 공중곡예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들이 공중 30m 높이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인다. 공연 도중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해외 공식 참가작

올해 해외작은 한국배우가 공동 출연해 이해도를 높인 작품이 많다는 게 특색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한 ‘투르 드 코리안 인 과천’은 경주 도중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씁쓸하게 풍자했다.

트럭 위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은 레이스를 고조시키고 곳곳에서 터지는 불꽃은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과천역 6번 출구에서 정부과천청사 앞 중앙로 800m를 막고 진행하며 25명 출연자 중 한국배우는 15명에 이른다.

‘빈종이’는 6명의 아티스트들이 대형 박스인 구조물 안에서 끊임없이 이미지와 글자를 쓴 후 지우고 덮기를 반복한다.

문자와 그림으로 대변되는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상과 왜곡을 비판한다는 의미를 미리 알고 보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세상은 자기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까?’는 국내외 공연물 중 유일한 유료작이다.

갇힌 공간인 컨테이너에서 진행하는 이 공연은 프랑스와 한국 배우 두 명이 각자의 언어로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듣는 말들과 지하철 안내방송, 광고카피, 표지판 문구 등을 쏟아낸다.

관객들은 넘쳐나는 말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음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메시지들이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 익명성임을 깨닫게 된다.

‘거리미술관’은 길가의 전봇대, 낡은 벽과 창문들, 녹슨 배관 등 일상 속 평범한 풍경들이 액자 속 작품으로 둔갑한다. 무심코 지나친 사물들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예전 철강회사에 근무했던 노동자들을 출연시킨 ‘철의 대성당’은 기계문명에 억눌린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고, ‘꿈의 배’는 반원인 철골구조물 위에서 무용수의 섬세하고 우아한 몸짓과 파도 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서정적인 음률의 매력이 감상 포인트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인 ‘원(圓)’은 원시부족의 모습과 진화의 역사를 표현했고, ‘위대한 카페’는 한 평 남짓한 카페에서 주인과 손님이 마주 앉아 서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성 상실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영상과 공중곡예, 무용이 결합된 ‘파편의 산’은 우리들 삶이 디지털화되는 것에 대한 경고를, 설치미술인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스카치테이프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극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과 인간과의 틀어진 관계 회복이다.

 

 

 



<인터뷰>임수택 예술감독“거리에서도 품위 있는 예술”

과천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거리에서도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대중에게 품위 있는 예술을 즐길 기회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큰 잔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작품의 선정 기준은.

기술적 완성도와 사회적 이슈 반영, 전통의 현대화에 중점을 뒀다. 또 거리예술에 대한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전체 공연물이 예년과 다른 점은.

관객들이 관람 도중 깊이 생각해야하는 작품들이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이 웃고 즐기는 작품은 ‘품바’ 한 편 외에는 없다.

7~8년 만에 다시 유료작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면.

조금은 망설였으나 내용이 너무 좋아 선정했다. 컨테이너이란 공간도 참신했다. 관객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시민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시민들은 이번 축제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에 젖어드는 기쁨을 맛볼 것으로 본다. 예술이 주는 기쁨과 행복, 쾌감을 5일 동안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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