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바람에 쓰러진 고춧대를 세우고 있다.
누가 또 수취인 부재로 반송된 편지로 울고 있다.
내 2 시의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금속의 심장을 가진 새가 나르는데
누가 또 이별의 흔적 위에서 소주잔을 하염없이 비우고 있다.
한 땀 한 땀 기웠던 사랑의 실밥이 터져버려 괴로운 사람이
공복의 쓰라린 속에서 낙타로 터벅이고 있다.
내 2 시의 구름은 잔털이 수없이 돋아난 텔레파시가
눈처럼 펄펄 휘날리는 하늘을 건너
어느 목장으로
아니면 어느 남미의 바닷가로 용연향처럼 떠밀려 가는지
내 2 시의 구름에는 가사가 투명한 노래가 실렸는데
내 2 시의 구름에는 처녀막을 가진 내 영혼이 누웠는데
아직도 구름 노예사냥꾼이 날 뛰는지, 유린하는지
내 2 시의 구름을 찾다가
내 2 시의 구름 먼 곳에서 고꾸라지는 내 야윈 그림자들
-2013년 시와 경계 봄호
일상은 슬플 수 있다. 그러나 슬픔 속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 사람이다. 괴로움 속에서 사람은 끈질기게 희망을 키운다. 가장 어두울 때 빛의 존재를 실감하고 빛을 향하는 것이 생존의 본능이자 사람이 가진 고귀한 장점이다. 생에 처음으로 끝없이 우는 여자의 등을 다독여 준 적이 있다. 울어라 한 적이 있다. 울다가 보면 울지 않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울음이 마른다. 그리고 맑은 눈으로 돌아와 세상을 찬찬히 바라본다. 내가 사는 것도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다. 하지만 내 2 시의 구름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내 희망의 끈이다. 그러나 쉽게 다다갈 수 없는 것이다. 하나 난 내 2 시의 구름을 추적한다. 예민한 영혼의 촉수를 세워 섬세한 후각 세포로 구름의 행방을 쫓아간다. 이 순간순간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고 존재에 아름다움으로 진저리치는 것이다. /박병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