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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이상국

봉평에서 국수를 먹는다

삐걱이는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한 그릇에 천원짜리 국수를 먹는다

올챙이처럼 꼬물거리는 면발에

우리나라 가을 햇살처럼 매운 고추

숭숭 썰어 넣은 간장 한 숟가락 넣고

오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국수를 먹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

또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에 앉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국수 마는 아주머니의 가락지처럼 터진 손가락과

헐렁한 셔츠 안에서 출렁이는 젖통을 보며

먹어도 배고픈 국수를 먹는다

왁자지껄 만났다 흩어지는 바람과

흙 묻은 안부를 말아 국수를 먹는다

--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시선 2005

<옥수수로 만든 국수>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에 앉아 먹어도 배고픈 국수로 허기를 지우는 사람들. 오래 전에 수원역에서 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 길가에 부부가 하는 허름하고 작은 국수집이 있었다. 퇴근길에 가끔 동무들과 들러 오백원짜리 동전을 놓고 멸치국물에 김 가루 살짝 뿌려진 국수를 단무지와고춧가루만 든 김치 몇 조각으로 후루룩 먹고 나오곤 했었다. 일터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나서 한참 후 그곳에 갔을 때 여전히 노부부가 국수를 말고 있어 반가웠다. 그 후 수원 역사가 크게 지어지고 버스터미널이 다른 곳에 번듯하게 세워지면서 말끔해진 주변 거리에서 그 국수집은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허기를 한 그릇 국수로 채워주던 국수집, 그 국수 한 그릇으로 요즘 같은 풍요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허기를 다시 채울 수는 없는지. /이명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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