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하며 가는 길
/천선자
너에게로 가는 길은 막다른 도로이다.
사방이 벽으로 쌓인 도로이다.
꺽꺽 차오르는 목구멍에서 오리소리가 난다.
이십사 시간 산소 없이 살아간다.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한다.
그건, 그냥 사는 거다. 살아주는 거다.
삶의 깊이가 꼭 발목까지만 닿는 얇고 딱딱한,
그 자리에 서서 한 길 어둠만 퍼 올린다.
금이 간 마음의 동공이 도로가에 실핏줄을 남긴다.
메마른 두 눈에서 돌알이 커 가는데 눈물이 난다.
눈물은 안개로 남아 막다른 도로 위에 눕는다.
사는 척, 하는 거다, 이젠 척, 척, 하며 습관적으로 산다.
꽉 막힌 좁은 도로에서도 척, 하면 길이 열리더라.
-출처-『도시의 원숭이』 / 리토피아 2013년
밥 먹고 잠자고 숨 쉬고, 그냥 살았는데 벌써 가을이다. 일상에 떠밀려 바쁘게 살았는데 손 안에 아무것도 없다. 바쁜 척, 사는 척 했는데 어쩌면 죽어가고 있었을까? 죽은 척 누워있는 몸 위로 총알이 비껴가고 죽은 듯 누워있는 새를 건드렸더니 푸드득 날아오른다. 한 무더기 토사물을 뱉어놓고 젊은 연인들은 자리에 앉아 자는 척, 취한 척, 하더니 내려야할 정류장에 황급히 내린다. 그때 그들은 뭘 할 수 있었을까? 막다른 골목이다. 그곳도 길이다. 척, 척, 척, 하는 사이 착, 착, 착, 세상은 돌아간다. /박홍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