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交感)
/이승하
내가 잠든 하룻밤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새로 태어나 빛을 발하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혼은 너무 곤궁하구나
내가 노동한 하루 낮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숨져
우주의 한 공간이 어두워졌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몸은 너무 빈약하구나
보이는 별과 보이지 않는 별이 말한다.
네 몸은 한 줄기 바람일 뿐,
여기서 부는 미풍과 훈풍과 태풍이 다 바람일 뿐.
지상의 생명은 다 같이 유한하여
사시사철 바람을 감지할 수 있지.
바람 앞에 다 같이 흔들려야 하지.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세계사, 1992)
1992년 서른, 결혼하던 해 필자가 만난 이승하 시집 ‘욥의 슬픔’은 오랫동안 질문에 질문을 더하는 편지였다. 시인의 슬픔인지 나의 슬픔인지 알 수 없는 슬픔의 혼돈은 시인과 나의 ‘교감(交感)’으로 남게 되었다. 많은 인생들이 자기만의 울타리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자신이 잠든 하룻밤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새로 태어나 빛을 발하는지, 헤아리지도 못하는 우리 인생의 빈약함을 노래하는 시다. 지상의 생명은 다 같이 유한하여 사시사철 바람을 감지할 수 있지만 바람 앞에 다 흔들리는 불완전성을 노래하는 이 시는 완전에 대한 갈구와 실패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잔잔한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시편이다. /김윤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