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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저녁과의 연애

 

저녁과의 연애 /강영은

저녁의 표정 속에 피 색깔이 다른 감정이 피었다 진다

보라 연보라 흰색으로 빛깔을 이동시키는 브룬스팰지어자스민처럼

그럴 때 저녁은 고독과 가장 닮은 표정을 짓는 것이어서

팔다리가 서먹해지고 이목구비가 피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여럿이 걸어가도 저녁은 하나의 눈동자에 닿는다

빛이 굴절될 때마다 점점 그윽해져가는 회랑처럼

그럴 때 저녁은 연인이 되는 것이어서

미로 속을 헤매는 아이처럼 죽음과 다정해지고

골목이 점점 길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詩로 여는 세상’ 2013년 여름호

 

 

 

저녁은 ‘해질 무렵부터 밤이 오기까지의’를 이른다. 빛이 물러가고 어둠이 다가오는 사이의 시간이다. 경계의 시간은 낯설다.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사이에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이 있다. 여기가 어딜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어디로 가야할까. 주변에 대한 낯설음과 자신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팔다리가 서먹해’진다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의 수족을 서먹하게 여기는 감정이란 얼마나 고독하고 불안한가. 시인은 꿈을 꾸듯 낯선 저녁과의 만남을 ‘연애’라고 표현함으로써 긍정적 삶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앞에 놓인 저녁처럼 불안한 실존, 연애하는 감정으로,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죽음’이라는 것과도 다정해지지 않을까.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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