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척하지 마라
/유민지
물속에서는 살아 있지만 세상 속으로
오면 죽어 가는 것 아마도
제 세상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사람 사는 이치도 그리하여
고기 물 만난 듯 제 세상이 오면,
죽어 있던 오욕칠정도 희로애락도
숨을 구멍을 찾는 법, 잠시 누워 있다고
죽은 것 아니다. 죽음이란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저 생태가 동태가 되고 펄펄 꿇는
국솥에 들어가 비로소, 몸을 풀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 그것이
동태의 마무리이다. 제 역할을 다하고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안식이다 영원한 삶이다.
사람도 제 앞에 놓인 운명에 순종하면
비로소 제 삶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위하여 죽은 척하는 일,
눈먼 자들이 판을 잡은 도심에서는
때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민지 시인은 가족을 위해 밥상을 준비하는 주부이기도 하다. 시인은 동탯국을 끓이다, 먼 바다에 살다 국솥으로 들어온 동태의 생을 떠올리며 사람의 인생을 생각한다. 다시 물속에 들어갔지만 활개를 펴지 못하는 동태, 동태는 죽은 척하고 있는 것일까? 국솥에 들어간 동태는 죽음이 아니라 안식을 맞이할 수 있을까? 펄펄 끓는 국솥에 들어간 동태를 바라보며 시인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죽음은 또 무엇인지 등 근원적인 존재론을 펼치고 있다. 죽은 척하며 순종하고 사는 것보다 꿈틀거리고 팔딱거리며 살다가 죽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