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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

/유형진

솜사탕 기계에서 설탕 실이 풀어져 나무 막대에 모이듯

손주, 증손주들이 외할머니 집 툇마루에 모인다.

‘달리아’와 ‘백일홍’과 ‘맨드라미’가 성한 계절.

‘토실’, ‘토돌’이란 이름의 붉은 눈 흰토기들이 함께한 가족 캠프에

가겟집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은 소복한 외할머니 흰 머리카락.



손주, 증손주들 다 떠난 여름밤의 툇마루엔

음력 칠월 보름달 혼자 월식을 하고

솜사탕은 너무 금방 녹는다.

-유형진 시집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민음사

 

 

 

핵가족화 이후 모계사회로 가는 것일까? 요즘은 친가보다는 외가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지역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고모보다는 이모와, 삼촌보다는 외삼촌과 훨씬 친밀하다. 왠지 친가 쪽 모임은 윤활유가 덜 쳐진 바퀴처럼 삐거덕거린다. 매끄럽지도 유쾌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꼭 참석할 때 아니면 친가 모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못 봐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어쩜 나의 책임소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 외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머니의 무심함으로 당연히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이모나 외삼촌은 물론 이종 사촌간의 멀미나는 애틋함도 없다. 그것은 생의 한 구석이 잘려나간 아스라한 허전함으로 남아있다./성향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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