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손병호
뿌리가 꽃 사는 세상을
알기나 할 것인가
꽃이 뿌리 사는 세상을
생각이나 할 것인가
뿌리나 꽃이나
그저 제 사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듯이 없는 듯이
그냥 그렇게 제 나름대로
사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어느 쪽도
서로가 서로를 영 모르고
사는 것 또한 아닐거라…
-동인시집 <겨레와 시/도서출판 정경 1995>
지금은 이 나라에 살지 않는 선배의 시를 다시 음미해 본다. 시인은 다시 이 나라에 돌아오지 않겠노라 울분을 토하며 떠나갔다. 시는 지리멸렬해서 시를 살고자 하는 시인보다는 시를 입고 퍼포먼스 하는 이들이 승하다. 이 시는 시의 본연을 보여주는 시라 생각된다. 시 앞에 엄숙해지 기가 참 오랜만이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