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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꽃은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은 대지大地로 만들어 입은 것이다

그 옷을 완성하기까지 꽃은

누구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꽃의 그 옷은 아주 작은 것이다

거대한 대지의 한 조각을

꽃의 겨드랑이에

잎으로 이어 붙이듯이……

꽃은 발밑에 붉은

구두를 살짝 내려놓는다

-송찬호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 / 문학과 지성사



 

 

 

꽃은 식물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다. 사람에게 꽃의 시절은 언제일까. 누구는 결혼이라 하고, 누구는 오래 기다린 꿈이 이루어질 때라 하고, 누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런데 꽃은 활짝 피는 그 순간 이미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이것은 씨앗에 관한 이야기며 죽음에 관한 이야기며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한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생명체의 순환이 그러하듯 우리가 예쁘다고 탄성을 지르는 순간 이미 죽음은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씨앗이 다 여물기도 전에 시들은 붉은 구두를 신고 먼 길을 떠나려하는 것이다. 그러니 꽃이 시든다고 속절없이 꽃이 진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꽃이 남긴 씨앗을 기억하며 다시 꽃피는 봄을 기다리자.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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