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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

/배영옥

어머니는

먼 남쪽으로 밥 지으러 가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식은 아랫목은 다시 데워지지 않았다



식구들끼리 달라붙어

서로 몸 뒤채며

체온을 나눠 가지다가 문득,



달그락달그락 그릇 씻는 소리에

문 열고

마당 내다보니



차고 맑은 우물 속

어린 동생에게 밥 한 술 떠먹이고 싶은

고봉밥그릇이 떠 있었다

-- 배영옥, 「뭇별이 총총」, 실천문학 2011



 

 

 

세월의 작은 마디가 또 훌쩍 지나간다.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졌다. 동쪽이 서서히 밝아진다. 새들의 방문이 늦어졌다. 석양은 서둘러 창가로 내려앉는다. 어두워진 귀갓길, 달이 환하게 웃고 있다. 종이같이 얇고 창백한 달은 아직 모자란 조각을 모으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달빛에 지친 몸을 쬐인다. 자꾸만 동그랗게 굽어지는 몸을 힘겹게 펼쳐내며 마른 손으로 찌개도 끓이고 나물도 무쳐서 한 상 차려놓으시고, 아랫목에 밥 묻어둔 채 깜박깜박 졸음에 겨워하시던 어머니. 무딘 손끝으로 전화번호 꾹꾹 눌러 언제 오냐고 보채시던 어머니. 빈자리, 데워지지 않는 자리 달빛으로 내려와 꼭꼭 여며주시는 손길이 그리운, 시리고 맑은 가을이다.

/이명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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