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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군포, 인문학과 사랑에 빠지다

 

■ 군포시 거센 ‘인문학 열풍’

군포시는 5~6년 전만 해도 도시를 둘러싼 경기 제3도립공원 수리산 외에 외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위치나 지역 특성을 설명하려면 한참 걸리던 곳이었다.

이후에도 도심 한가운데 야산에 16만 그루의 철쭉을 심어 조성된 철쭉동산 덕분에 일부에게 알음알음 알려지던 군포가 2010년 여름부터 ‘책 읽는 도시’로 이름을 높여 위상을 달리하더니 요즘은 또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인문학의 도시’가 그것이다.

도시 규모가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작은 이곳에 최근 몇 년 동안 인문학 강연을 위해 다녀간 유명 인사와 작가 수는 두 손 두 발을 다 써도 꼽기 힘들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도현 작가, 김창옥 교수, 김홍신 작가, 혜민 스님, 유홍준 교수, 김난도 교수, 이지성 작가, 최재천 교수, 황석영 작가, 조용헌 동양학자, 영화평론가 이동진, 지휘자 서희태, 김별아 작가,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등등.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배경과 성과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도서관 확충·동아리 활성화 지원 등
다양한 독서문화운동 시책 펼쳐
인문학 강연, 책과 친해지는 계기 마련
유명인사·작가들 줄줄이 다녀가


市·공공도서관·동아리 등 행사
매년 늘어 올해 한달 10회 달해


군포 인문대학 신청자 초과 예사
시민 요청 따라 평일 오전 운영
봄학기 200명 아침 7시부터 ‘열공’




해 뜨기 전부터 인문학 훈풍

지난 3월12일 오전 6시30분. 해도 뜨기 전이라 어두운 시간이지만 군포시청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들어섰다.

가방을 메거나 손에 필기도구를 든 사람들, 양복을 입은 신사, 청바지를 입은 아가씨,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바쁜 걸음을 내디뎠다.

10여 분이 지나자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시청에 나타났는데, 인근을 지나던 행인 누구 하나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어디 다른 도시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풍경’이라고 하겠지만, 군포에선 이미 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오전 7시까지 이렇게 군포시청에 모여든 인원은 약 200명. 2014년 군포 인문대학 봄 학기 수강생들이었다.

올해 군포 인문대학 봄 학기 기간은 이날부터 5월 말까지로, 매월 2회 강연이 이뤄진다.

이달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자화상’ 등 조선시대 명화로 꼽히는 여섯 작품의 탄생에 얽힌 역사를 조화롭고 흥미롭게 풀어낸 ‘그림문답’의 저자, 국문학자이자 미술사학 전문가인 이종수 작가가 2번의 강연을 책임진다.

‘그림문답’은 ‘2014 군포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로, 이종수 작가는 군포시민과 더 많이 가깝게 소통·공감하기 위해 이른 아침의 인문학 강연에 흔쾌히 강사로 나섰다.

4월에는 녹색대학 교수이자 철학아카데미 원장,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과 ‘개념 뿌리들’ 등의 저자인 이정우 교수가 영화 인셉션을 소재로 ‘마음속 깊이 박힌 가시를 뽑아내기’라는 주제의 시네마 철학을 선보인다.

이어 5월에 진행될 강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윤진영 박사가 맡는다. 윤 박사는 인물화와 풍속화로 보는 역사, 옛 그림 속의 우리 산수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인문학에 계속 배고픈 시민들

평범한 이들에게는 낯선 아침 시간의 인문학 강연, 왜 탄생했을까.

시 관계자는 “독서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책읽는군포실과 공공도서관 6개 관 등에서 개최하는 인문학 강연이 많은데도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평일 낮이나 야간, 주말 오후 이외의 시간에 인문학 강연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지난해 9월 평일 오전 일찍 운영되는 인문대학을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처음 운영된 군포 인문대학은 애초 수강 인원이 150명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신청자들이 많아 초과 등록을 허용했고, 170여명이 수업에 참여했다.

그 때문에 올해는 수강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등록 인원은 200명에 달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책읽는군포실이나 공공도서관에서 주최하거나 독서·문학 동아리를 지원해 열린 인문학 강연이 늘어났음에도 수강인원이 증가한 것이다.

 



1년 내내 인문학 강연 풍성

민선 5기 군포시는 ‘책 읽는 군포’를 역점시책으로 정해 다양한 독서문화운동을 전개했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독서 동아리 활성화를 지원하며, 책 읽는 학교와 카페 그리고 아파트 등을 지정해 도서를 제공하는 등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책 읽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다수의 인문학 강연 개최도 더 많은 시민이 책 읽기에 더욱 큰 관심을 두고, 책과 한층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됐다.

그래서 매년 인문학 강연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올해도 시와 공공도서관에서 계획한 인문학 강연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인문학 강연과 5월까지 개최가 확정된 인문학 강연은 약 50회에 달한다.

시와 공공도서관에서 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독서·문학 동아리, 평생학습동아리 등에서 개최하는 개별 행사까지 합하면 부지런히 찾아다닐 경우 한 달에 최대 10회의 인문학 강연도 드는 것이 가능한 수준.

관련 정보도 찾기 쉽다. 군포시 홈페이지(www.gunpo21.net), ‘책 읽는 군포’ 공식 홈페이지(withbook.gunpo21.net), 군포시 도서관 홈페이지(www.gunpolib.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앞으로도 밥을 먹듯 책을 읽고, 인문학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인문학 천국’을 꿈꾸는 ‘책 읽는 군포’, 그곳에서 시민들은 하루하루 지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군포=장순철기자 j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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