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불필요한 규제 정비를 통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도는 경기연구원과 도 및 31개 시군에 등록된 자치법규 규제 43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개선 과제 46건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규제 개선’은 연례 행사의 단골 소재나 정치적 수사(修辭)를 위한 유행어가 돼온 게 현실이다. 경기도 규제 개선은 일과성 이벤트로 인식돼선 안 된다. 과감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추진해야 할 엄중한 으뜸 사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가 이번에 추출한 과제는 지역 간 격차 해소, 규제 정비, 중장기 검토과제 등이 골자다. 도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저해 요인이 되는 규제를 정비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게 관계부서의 설명이다.
먼저 도내 시군의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합리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도로점용 허가 신청자의 소득·재산 요건 등에 대한 법령 체계 정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골목형 상점가 지정 요건, 농민 직영매장 신청 요건 완화 등 상공업 규제 개선을 비롯해 규제 내 상위법·자치법규 불일치 사례 정비 과제 20건, 이해관계자 협의가 필요한 중장기 검토과제 5건 등을 도출했다.
도는 제안된 과제들이 신속히 개정되도록 관련 절차를 밟는 한편 도민과 기업이 직접 규제를 제안하고,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신문고’와 ‘기업SOS넷’을 활성화하는 등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규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행정 권력이 존재하는 핵심 기능이다. 적절한 규제가 아니라면 국가사회의 질서는 잠시도 유지될 수 없다. 나라와 지역의 백년대계를 도모하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는다면 존재의 명분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시대가 급변하고 과학이 가공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도 효율성과 합리성과는 아무 상관 없이 고착화해 ‘규제를 위한 규제’로 온존하고 있는 금기와 제재들이 즐비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상당함에도 중앙집권적인 요소가 여전히 과도하여 그로 인한 불합리가 여전히 산처럼 쌓여 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권위주의적 풍토와 관행에 발이 묶여 무심히 붙들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들이 드물지 않다.
‘규제개혁’, ‘규제혁신’이라는 구호는 정치권의 단골 구호다. 수십 년 선거철만 되면 거의 모든 출마자가 들고나와 유권자들을 홀렸다. 그 내용과 파격적인 구호대로라면 규제와 관련한 불합리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어야 맞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한상공회의소 정책평가연구원이 전국의 9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월에 발표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규제 부담은 10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상의의 조사 결과 기업부담지수(BBI)에서 조세 부담은 10년 전인 2015년 120.9에서 100.7로, 준조세 부담은 122.5에서 112.5로 줄었다. 하지만 규제 부담은 10년 전 88.3에서 102.9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일선 행정에 대한 부담이 10년 전 77에서 최근 111로 34포인트나 증가했다는 결과는 놀랍기 그지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규제의 필요성도 바뀐다. 과학기술의 발달을 비롯한 문화 문명의 급속한 발달은 ‘어제’ 유효했던 규제의 가치가 ‘오늘’도 존속되도록 보장하지 않는다. 규제를 분석하고 혁신하는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불합리한 족쇄가 될 가능성이 곧바로 높아진다.
경기도의 이번 ‘규제 개선’ 계획의 성과를 성원한다. 다만 시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을 지닌 ‘규제개혁’ 이슈를 다루는 지금의 시스템이 적절한지에 대한 분석과 점검, 그리고 대안 모색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 ‘속도’가 ‘힘’을 가차 없이 잡아먹는 새로운 시대에 행정의 수준 역시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존재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