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온통 슬픔과 분노, 좌절에 뒤덮였다.
세월호 침몰 엿새째, 국민들은 역사 속 그 어떤 재난보다 ‘나의 일 같은’ 이번 사고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
‘눈물의 바다’가 되어버린 진도 앞바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는 ‘집단 우울증’이 점점 번져가고 있어 나라 전체가 스트레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화창한 봄날에도 바깥나들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실제 사고 이후 첫 토요일이었던 지난 19일 용인 한국민속촌을 찾은 관광객은 약 5천명으로 평상시 8천여명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또 서울대공원 입장객수는 2만7천703명으로 바로 전 주 3만5천457명이 비해 3분의 1, 잠실 롯데월드 역시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등산객들이 몰리는 양평군의 용문산도 평소보다 1천명 가량 적은 2천500여명이 발걸음을 했다.
사고 이후 생때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생각에 ‘우리만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희(37·여·수원 영통)씨는 “자고 일어나면 모두 숨졌다는 소식이 들릴까봐 잠을 자는것도 무섭다”며 “길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밉다”고 말했다.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감정이 이런데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감내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고는 ‘영혼’에까지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게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구조된 생존자들 대부분의 우울과 불안 상태가 위험 수준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소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 이후 우울증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비슷한 충격을 경험했거나 과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사람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참사를 많이 겪어 집단적 자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들에게 이번 사고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어 평소 우울감이 심한 사람은 기사 검색이나 방송 시청을 자제하고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