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고립감과 가족 갈등이 결합하며, 일부 60대 남성이 극단적인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육대남(6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가 통용될 정도다. 실제 경찰 통계에서도 이들의 범죄율과 강력범죄 비율은 최근 10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60대 남성의 범죄 건수는 12만 5666건으로 전체 범죄의 10%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7.9%, 2013년 4.9%와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강력범죄 비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60대 남성의 범죄 중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3%에서 2023년에는 1.8%로 상승했다. 절대 수치로는 소수지만,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60대 남성을 지칭하는 ‘육대남’이라는 신조어가 회자하고 있다. 단순한 나이 구분을 넘어, 은퇴 후 소외·무력감을 느끼다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로 나아가는 중장년 남성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표현이다.
실제 최근 수도권에서는 60대 남성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남성 A씨가 사제총기로 30대 아들을 쏘아 숨지게 했다. A씨는 자택에 폭발물도 설치한 채 경찰에 긴급체포됐으며,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광명에서는 60대 남성 B씨가 지인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달 22일 수원에서는 C씨가 50대 여성의 집에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려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동현(가명) 씨는 “총기 사건 같은 게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섭다”며 “누가 갑자기 흉기를 들고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임정은(가명) 씨도 “나이 들었더라도 체력 좋은 60대가 작정하고 덤비면 저항할 자신이 없다”며 두려움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함께 범죄의 고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60대는 직장에서 물러나면서 사회적 역할과 소속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고립감과 경제적 불안이 가족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감정 폭발이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활동이 끊기고 가족관계까지 단절되면 극도의 열등감과 절망감에 빠질 수 있다”며 “이런 상태가 누적되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고령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심리적 돌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안규용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