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화성의 리튬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3명이 숨진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악의 사망 사고로 규정하며, 안전 의무를 외면한 채 이윤만 추구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검찰이 피고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이자 총괄본부장인 박중언 피고인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구형 이유에서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사망자 수 기준으로 최악의 중대 산업재해이며, 이 사건은 철저한 인재이자, 반복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방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아리셀 2공장 내 2층 배터리 제조시설에서 폭발성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0여 명 중 23명이 숨졌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외국인 노동자 18명이 포함돼 사회적 충격을 더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기본적인 산업안전관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폭발성 화학물질 취급 공간에 대한 방폭 설계 미이행 ▲사제 칸막이 및 무허가 피난구 설치 ▲화재경보 미작동 및 대피 유도 부재 등 구조적 결함을 방치했다고 밝혔다.
박중언 본부장에 대해서도 ▲발열 위험에 대한 사전 교육 누락 ▲안전담당자 자격 없는 직원을 배치 ▲외국인 노동자의 휴식권과 대피 권리 제한 등 현장 통제자로서의 실질적 책임을 물었다.
검찰은 "이윤만을 앞세운 무리한 생산계획, 인력 부족을 파견으로 메운 구조, 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조치를 외면해 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실형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박 대표 측은 “사고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방폭 기준과 화재 대응 시스템 등은 당시 법령과 절차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일부 책임을 부인했다.
반면 유족 측은 선고 후 법원 앞에서 “목숨 값이 결코 숫자로만 계산될 수 없다”며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반복해 죽어나가는 구조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시금석으로 평가받는다. 2022년 1월 시행된 동 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실형 선고 사례는 드물었으며, 이번 사건은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첫 재판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중 선고 공판을 열고 형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