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수원시의 한 소방단체가 직접 나서서 광교산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쪽지와 펜을 일일이 나눠줘 단원고 학생들의 생환을 바라는 글귀를 받아 빠짐없이 진열했다.
등산객들이 쓴 쪽지 글은 무려 1천600여장으로 광교산 초입 반딧불이화장실에서부터 광교저수지 옆으로 난 벗꽃터널 산책로를 따라 400m 가량 길게 붙여져 있다.
거의 모든 쪽지 글은 익명으로 작성됐으며, ‘단원고 언니 오빠들 꼭 살아서 돌아와’,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맛있는 밥 먹게 빨리 돌아와라’,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등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의 생환을 바라는 심정이 구구절절 배어있다.
염원의 자리를 만든 사람은 수원시의 한 봉사단체의 배은선(가명·여)씨다.
배씨는 “남들이 안된다고 할 때 일어나는 일이 기적”이라며 “수원시민들이 기적의 편지를 통해 표현한 간절한 마음이 멀리 진도에까지 전해져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다른 봉사대원들과 함께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을 둔 배씨는 “내 아들이 배를 타고 멀리 떠나있는 상황이라 자식들을 기다리는 단원고 학부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아 도저히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는 3만여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향소를 찾은 김명영(66)씨는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장이나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나 모두 어른 아니냐”며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원통해 했다.
임시분향소 내부에는 족히 수천여장에 이르는 쪽지가 붙어 애도를 표했다. 쪽지에는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거라. 미안하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렇게 수원과 안산 등지에서 애도물결이 일고 있는 것과 동시에 개인들의 SNS 계정은 노란리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포털사이트들이 개설한 온라인 분향소에도 애도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