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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던

상심의 파편들이

구불구불 숨어 사는 거기



살을 모두 바라낸 시간들이

백골이 되어 뒹굴고 있는 거기



서로 어울릴 수도 없으면서

소중한 척, 서로

컴컴한 냄새가 되어가고 있는 거기



속을 다 열어젖히고 산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벌써 알고 있던



찢어진 깜장 우산처럼



스멀스멀 숨어 들어가 눕고 싶은, 거기

-한보경 시집 ‘여기가 거기였을 때’ / 지혜

/한보경





 

 

 

뒷방은 일상에서 잠시 밀려난 것들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조금 어두컴컴하고 그래서 아늑하기도 한 뒷방에서 ‘잠시’의 시간들은 구불구불해지기 시작한다. 이내 서로 엉키어 백골이 되어 뒹군다. 마침내 컴컴한 냄새가 되어 있는 일상의 한 때. 어려서는 무섭기조차 했던 그 뒷방에 스멀스멀 숨어 들어가 눕고 싶은 때가 있다. 그만큼 뒷방은 치열함의 반대쪽에 있다. 무덤, 고향, 어머니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를 뒷방이 문득 그립다.

/이미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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