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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또 준비… ‘살고 싶은 그대로의 농촌’ 꿈에 다가서다

 

귀농

용인 자연향기마을 마실

성·공·사·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사업실패 혹은 도시생활에서의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시골로 내려가 농사나 지으면서 인생을 마무리해야지….”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농 혹은 귀촌생활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귀농(귀촌) 선배들은 이같은 생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귀농(귀촌)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닌 엄연한 생활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작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지만, 귀농은 막연한 기대감과 안일한 준비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귀농에 도전하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되돌릴 수 없을 만큼의 큰 타격을 입는다.

이에 2년여간의 철저한 준비를 거쳐 자연친화마을 설립을 목표로, 지난 2012년 1월 귀농에 도전한 ‘자연향기마을 마실’의 전기호(47)·김소영(44·여)씨 부부를 만나 그들의 귀농 도전기를 들어봤다.

이들 부부는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업계획을 토대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디자인 가구’사업 접은 전기호·김소영 부부

‘텃밭지도사·농촌체험지도자’ 교육과정 등

2년여간 본격 귀농 공부·유기농 재배 병행



2012년 용인 처인구 백암면서 귀농생활 시작

예상보다 2배 더 많은 지출 등 만만치 않아



이웃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유대관계 맺어

‘여주’ 재배·판로개척… 농가소득 모델 제시



“귀농·귀촌 희망자 교육농장 만드는 것이 목표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농촌생활 모델 노력”




 

▲귀농의 시작은 확실한 목표 설정 및 철저한 준비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꿈꿔오던 농촌생활에 대한 동경과 살고 싶은 그대로의 농촌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저를 이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들 부부의 직업은 목공예·가구 디자이너였다.

또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이었던 이들은 1994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가구 회사를 설립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디자인 가구’ 개념을 가구 시장에 도입, 디자인부터 제작과 유통까지 20여년간 운영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형 가구업체 및 저가 카피제품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마침내 회사 운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이를 기회로 바꿨다.

김씨는 “회사 운영을 그만둔 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농촌생활을 펼치는 것은 물론, 전공인 디자인과 접목한 디자인 밸리를 조성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며 “특히 생태순환농사(유기농 농사)를 통해 소중한 자연을 지키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귀농 도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본격적으로 농촌생활에 도전하기 위해 ‘텃밭지도사’ 과정을 시작으로, ‘농촌체험지도자 과정’ 및 ‘최고농업 과정’ 등 2년여간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귀농운동본부 등을 찾아다니며 귀농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작지만 직접 텃밭을 가꾸며 유기농 농산물 재배 등 실습도 병행, 조금씩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활용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돼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김씨는 “작은 실마리라도 있으면 직접 전화를 하거나 찾아다니며 귀농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는 등 귀농생활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2년 10여년간 방치돼 있던 폐가를 손수 리모델링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농약으로 100여종의 농산물을 재배하는 등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서 본격적인 귀농생활에 뛰어들었다.



▲이웃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렇듯 많은 준비를 한 끝에 도전한 귀농이었지만, 농촌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비록 1만8천252㎡의 토지가 본인 소유였기에 초기 비용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으나 주택 리모델링 비용부터 기반시설 설치, 각종 농기계 구입 등 소위 ‘돈 들어갈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현재까지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 2배 정도 많은 1억여원을 지출했다”며 “이마저도 토지구입 비용 등은 포함이 되지 않은 것으로, 시골생활에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귀농생활이 단순하게 농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때문에 이들 부부가 선택한 방법은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이었다.

김씨는 “처음부터 귀농생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웃들과의 유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가깝게 지내고 있는 이웃들이지만, 처음에는 냉정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봤던 그들에게 우리의 얘기를 들려주는 등 꾸준히 소통해하가며 차츰 관계를 맺어나갔다”고 말했다.

그들 역시 이웃들과의 소통을 통해 마을에 대해 알아가고, 농사를 배워나갔다.

귀농생활을 시작해서도 귀농에 대한 공부는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역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지역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박과의 식용식물인 ‘여주’를 연구과제로 삼아 재배하고, 판로 개척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900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농가소득을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처럼 이웃들과의 꾸준한 교감을 통해 귀농인들이 흔히 겪는 텃세를 모르고 지내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살고 싶은 그대로’

이들 부부가 꿈꾸는 귀농생활은 본인들의 농장을 자연친화마을이자,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위한 교육농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사실 농사자체로 돈을 벌고자 하는 목표는 없다”며 “우리의 전문적인 역량을 토대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분들이 직접 자신들이 살 집을 지어볼 수 있도록 집 짓는 과정과 생활목공으로 기반시설과 가구 및 소품 등을 만들 수 있는 교육 등 귀농과 관련된 각종 교육을 제공하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텃밭지도사 과정과 어린농부학교 등 자연과 함께하는 ‘에코파머(Eco-farmer)’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과 함께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가공·유통해 향후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를 꿈꾸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을 위해 훗날 ‘토종종자(고정종자) 보급은행’을 설립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수집한 토종종자만도 130여종에 달한다.

김씨는 “과거의 농촌모습을 답습하기 보다는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농촌생활 모델을 제안해 보고 싶다”며 “흔히들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농촌이 아닌 누구나 ‘살고 싶은 그대로’의 농촌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제 귀농을 준비해보고, 직접 생활을 해보니 역시 귀농이란 것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귀농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와 충분한 사전교육 및 토착민과의 유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귀농희망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승표기자 sp4356@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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