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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부석사에서

부석사에서

                                                /윤제림

이륙하려다 다시 내려앉았소,

귀환이 늦어질 것 같구려

달이 너무 밝아서 떠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 실은

사과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결국은 또 한철을 다 보내고 있다오

누가 와서 물으면 지구의 어떤 일은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지구의 어떤 풍경은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다고만 말해주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소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오

급히 손보아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줄이겠소

참, 사과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출처 - 윤제림 시집 『새의 얼굴』- 2013년 문학동네

 



 

지구가 별이라는 생각을 평소에는 잊고 산다. 단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이라고 생각할 뿐. 지구라는 별에 잠시 체류하고 있는 이가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애틋해 할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시. “사과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지구를 이륙할 날짜를 미루는 시의 화자는 “점점 못 쓰게 되어가는 지구”에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어르고 달래면”서 지상의 나날을 영위해 가는 우리들처럼. 부석사 주변 사과밭에 지금쯤 사과꽃이 졌을까. /박설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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