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일)

  • 맑음동두천 24.0℃
  • 맑음강릉 22.4℃
  • 구름조금서울 24.5℃
  • 구름많음대전 24.3℃
  • 구름많음대구 27.3℃
  • 흐림울산 26.2℃
  • 흐림광주 23.7℃
  • 부산 23.3℃
  • 흐림고창 23.4℃
  • 흐림제주 26.2℃
  • 맑음강화 22.4℃
  • 흐림보은 23.8℃
  • 흐림금산 24.2℃
  • 흐림강진군 23.9℃
  • 흐림경주시 26.6℃
  • 흐림거제 23.1℃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신발 한 켤레

 

신발 한 켤레

/김선희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이젠 도리 없다”
 

 

요양병원 지겹다고 사는 게 두렵다고

어머니 부러진 다리 슬그머니 매만진다

먼지 뽀얀 신발을 날마다 쳐다보며

중얼 중얼 혼잣말에 눈물도 글썽이며

맨발로 가야할 길도 있는가를 묻는다

- 열린시학 2013 봄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싱그러운 오월 연휴 중 하루 남동생네랑 화창한 봄날을 점심으로 들고 또 다른 하루는 엄마의 큰 아들 동네로 갔다. 일요일 한낮 어두운 식당, 살림살이만큼의 점심을 먹고 돌아서 서울 한 구립노인요양센터에 들렀다. 엄마의 동갑네기 조카가 수년 전부터 치매로 누워 계시다는데 거기 한번 가보자는 청을 들어 드리지 못했다. 깨끗하고 적막한 건물, 엘리베이터는 다 잠겨있었다. 센터 벽에 걸린 오빠 생각이라는 그림은 꼭 그만한 나이가 되어 오빠를 그리워하는 어느 노인의 기억이었을 터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득한 눈빛의 조카는 고모를 알아보지 못했다. 드문드문 웅얼거리는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복도를 초점 없는 눈빛으로 천천히 걷거나 기어 다니는 노인들, 나이를 먹는 것이 그래서 겁나는 일일 게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홀로 나와 지내는 그만그만한 노인들끼리 마른 눈빛만 주고받는 아득하고 공기 없는 어항 같은 요양원에서 어버이날을 기다렸다./이명희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