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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화암사 도롱뇽

 

화암사 도롱뇽

/함순례

산중 계곡 낙엽 젖히니

알 주머니들이 둥둥 떠 있다



늙은 도롱뇽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 사는 게 지루했다는데



천개 알을 방사한 저것은

혈기왕성한 수컷이겠다

막 빚어 올린 꽃술을 이기지 못한,



또 한번

사천왕 같은 눈을 굴리며

발아래 봄 산을 눕히고 있는

-시집 <혹시나>(삶창, 2013)에서



 

 

 

차례를 무시하고 꽃들이 다투어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나리가 피고 나면 진달래가 다음은 벚꽃이 피었다는 얘기는 이제 옛날에나 들었던 순리가 되었습니다. 지구가 앓고 있는 병이 얼마나 위중하기에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일제히 일어서 기웃대나요. 화암사 절터 산 깊은 계곡에 도롱뇽 알들도 낙엽 같은 어둠을 걷어내고 목도하였다니 생명은 죽음과 한 이불을 덮고 있나 봅니다. 어찌 새 생명을 잉태하는 일이 쓸데없는 일이겠습니까.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얻는 일이 요즘엔 우리 삶의 가장 나중으로 내쳐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사는 게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절을 혹독히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의 뜻은 우리를 더욱 담금질하려는지 사천왕 같은 눈을 굴리며 몰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짓누르는 죽음의 기세도 봄 산 발 아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합시다.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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