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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민간인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김종삼시전집’(나남출판사, 2005)에서



 

 

 

한국인의 비극적 운명을 이토록 극명하게 드러낸 시도 드뭅니다. 우리는 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입니다. 캄캄한 밤에 누군가 들이닥쳐 깊은 잠을 깨워 일으켜 손전등을 들이밀고 “너는 어느 쪽이냐?” 물을 때 섣불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 들려오는 그 음험한 이데올로기의 폭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목숨은 참으로 모질고도 처연합니다. 살기 위해 어린 생명마저도 수장시켜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삼켜버린 경계선은 우리 사회 곳곳에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건너가고 있는가요? 무엇을 피해 달아나고 있는가요?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어린 영혼을 깊은 바다 속에 강제로 처넣어야 하나요? 침묵만이 우리를 휘감고 있습니다. 여태 비극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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