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못골2
/송진권
여가 워디여 까치둥우리 머리 매만지며
고대 가겄던 냥반이 시난고난
살아나서는 정신도 온전치 못한 이가
뜰팡에 주저앉아 꽃구경 헌다고
속치마 바람으로 흙더버기 되어서는
무꽃에 나비 날아와 엉기는 시상천지
언제나 또 와보겄냐 고와라 고와라
쭈그려앉아 족두리 위에 앉아
팔랑대는 나비거치 나부대는디
파르르 꽃잎 지는 저 워디메서
저니들이 다 뭐라는겨 꽃잎 속에 섞여가지구 저니들이 다 뭐라는겨
가자구 가자구 신발 속에도 봄볕 낙낙하니
신발 신구 따라나스라구 큰애기 적
바구니 끼고 나물 뜯으러 가던 날거치
거기 가면 다들 볼 거인디
이쁘게 하구 가야햐
주름 깊은 얼굴에 분을 찍으며
아끼던 치마저고리 꺼내놓고
야야 이쟈 갈란다 신발 신고
구부정히 가다가 어드멘가서
제 살던 대를 돌아보드끼
- 송진권 시집 ‘자라는 돌’/ 창작과 비평
송진권 시인의 시집은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어내려간다. 쉽게 읽히면서 가슴 찡하게 와 닿는 울림이 있다. 우리가 잊고 지낸 시간을 되짚어줌으로써 오래 전에 고인이 된 할머니 어머니 이웃들과의 시간여행을 함께 한다. 특히 맛깔진 충청도 사투리가 해학을 빛내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못골 연작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가난한 시절의 풍경과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얘기다. 곳곳에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숨어있다. 그 아득한 시간의 조우가 반갑고 한편 아프다./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