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를 굽다
/이희숙
버튼을 꼭 누르자 팔등신 미인들이
찜질방에 누운 듯 수다를 떨고 있다
한 끼의 성찬을 위해 노릇노릇 익어간다
눈대중 그것만으로 간 맞춰 살기까지
등 돌리고 누운 적 한두 번이었던가
무언의 눈빛만으로 깊은 속내 알기까지
-‘김종삼시전집’(나남출판사, 2005)에서
요즘 평화로운 생활을 맛보기 힘든 시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박하고 담백한 시 한 편을 내어 보았습니다. 인공조미료처럼 혀를 내두르게 하는 비유는 없습니다. 미혹하여 미지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낯설음도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휘둘리게 하여 혼몽하게 만드는 교술 또한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노릇노릇 구어 낸 꽁치 살점을 조심스레 덜어 내어 음미할 뿐입니다. 한 끼 밥을 먹더라도 요란하지 않게 마음 맞는 사람 앞에 앉혀 놓고 도란도란 속삭이고 싶습니다. 시인은 ‘등 돌리고 누운 적 한두 번’ 아니었기에 애증의 세월을 거친 사람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무언의 눈빛’으로 소통하는 경지에 올라있습니다. 시인처럼 ‘맞춰 살’면 될까요.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만큼 공감할 수 없다는 서늘함이 사무치는 날들입니다. /이민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