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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혼잣말

혼잣말

                                   /정운희

목욕하는 내 옆자리의 여자

중얼중얼 날아오르네

중얼중얼 돌에 넘어지거나

중얼중얼 유리창을 통과하거나 쫓기거나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는 여자를 보네

발에 걸려 넘어진 촛불처럼, 잘못 건드린 농담인 듯

실을 뽑아내는 어둠 속 거미의 자세로

쉼 없이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네

곧 꺼지고 다시 부활하는

알 수 없는 세상의 고요한 외침을 보네



모두가 흘낏거리는 죽은 별들을 장황하게 쏟아내고 있네

고개를 끄덕이고 허공을 찌르기도 하면서

그녀의 몸 속 저장된 칩 속에는

꽃들이 충돌을 하거나 집 나간 고양이가 내걸리듯

오른쪽 귀가 먹은 금붕어의 한낮이 있고

사랑을 놓친 봄날이 피어나네

- 정운희 시집 『안녕, 딜레마』/푸른사상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삶을 영위한다. 눈빛 교환하며 대화하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모두의 삶이 너무 바쁘다. 바빠서 외로움을 잊고 살 수도 있겠지만 마음 기저에는 사회적 동물의 유전인자가 있어 혼자인 모두는 외롭다. 핸드폰을 꺼내 SNS로, 인터넷 기사 검색으로 사회와의 소통을 모색한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 혼잣말을 한다. 외롭기 때문에 자기 속의 자기를 꺼내 대화한다. ‘거미가 실을 뽑듯’ ‘비누가 거품을 만들어내 듯’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중얼거림이 오래일수록 외로움은 깊다. 깊은 외로움은 병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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